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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평점 :
주로 카뮈의 얼굴이 담긴 표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의 표지는 세련된 느낌을 주고 깔끔한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국내 최초로 컬러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는 말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그의 작품은 페스트만 읽어봤었는데, 가장 대표작인 이방인을 이 기회에 한 번 읽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저자는 1913년 알제리의 소도시에 살던 프랑스 혈통의 노동자 아버지와 스페인 혈통의 하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에 징집되어 한 달 만에 전사하고,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자랐다.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귀가 어두웠고 글을 읽을 줄 몰라 늘 침묵 속에 살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부조리, 반항, 사랑이라는 세 개의 주제로 요약되며, 각 주제는 에세이, 소설, 희곡으로 형상화된다. 부조리 계열 작품으로는 소설 <이방인>,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 등이 있고, 반항 계열 작품으로는 소설 <페스트>, 에세이 <반항인> 등이 있으며, 사랑 계열 작품으로는 그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소설 <최초의 인간>이 있다.
이 책은 제1부, 제2부로 나뉜다. 1부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으로부터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는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태운다. 장례를 마친 다음 날 해변에서 만난 '마리'라는 여자와 함께 영화를 보고, 사귀기로 한다. 동네 이웃인 레몽과 친해지면서 그의 음모에 동참하게 된다. 레몽 친구의 초대로 놀러 간 해변에서 아랍인 일행과 시비가 붙는다. 싸움은 일단락되었지만 그 이후 혼자서 다시 찾아간 해변에서 아랍인 패거리 중 한 명을 마주하게 되고 강렬한 태양 때문에 그에게 총을 겨눈다. 제2부에서는 그가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이후 재판을 받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검사는 그에게 살인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가 어머니의 죽음에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어머니의 죽음도 아무렇지 않게 느낄 정도의 냉혈한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인 것도 계획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에게 살인 동기를 묻자 그는 '태양 때문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그에게 사형 처분이 내려진다.
이 작품에서 타인이 묘사하는 그에 의하면 뫼르소는 말 수가 별로 없고, 다소 내성적인 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동네 이웃 주민들과 함께 지내는 관계를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정이 있고, 남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냉혈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 단편적인 한 예만 보고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소 그가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그 한 예로만 보고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려야만 참된 자식의 도리인 걸까? 재판장에 장례식장에서 겨우 한 번 얼굴을 본 사이인 사람들이 참석하여 뫼르소에 대해 좋지 않게 평가하는 모습 또한 참 아이러니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마음이 아팠냐는 질문, 어머니를 사랑했냐는 질문에 좀처럼 대답을 잘 하지 못한다. 그가 좀 더 법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살인에 대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악어의 눈물을 흘렸더라면 그는 사형이라는 처분은 면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자는 미국판 서문에서 이 책의 주인공이 연극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형 선고를 받는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속에서 그의 감정이 많이 배제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의 글에서 주인공인 뫼르소가 참 많이 외로워 보였다. 이 책의 제목만큼이나 겉도는 '이방인'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사회에서 어느 곳에서든 가면을 써야 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삶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인공인 뫼르소에게 나도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2부에 재판 장면에서 장례식장에 함께 했던 이들이 증인으로 참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보인 그 모습 한 부분이, 나의 마지막에 중요한 증언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항상 행실을 바르게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환멸감을 느꼈다. 모든 삶에서 연극을 해야만 하는 걸까. 생각한 대로 곧이곧대로 행동하는 나에게 누군가는 답답하고 말하기도 했다. 나에게 너무 솔직하지 말라고 강요한 어른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틀에 맞춘 대로 살고 싶지 않았다. 현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내 생각을 털어놓을 때면, '그렇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 남들도 다 그렇게 해'라는 답변이었다. 다들 그렇게 살면, 나 또한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건가? 어쩌면 카뮈처럼 나 또한 어느 곳에서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인지도 모르겠다.
책 자체는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혔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서평을 쓰기까지 정말 어려웠다. 그 이유는 이 서평에서조차 내 생각을 그대로 적어도 될까. 하고 나도 모르게 고민을 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독자마다 해석이 참 다를 것 같다고 느껴진 소설 중 하나이다. 책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 어려웠을 때, 목차 중에 <이방인>의 미국판 서문과 옮긴이 유기환님의 '해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는 현대 소설이 무엇인지, 현대적 글쓰기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말한다.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라, 내가 감히 알베르 카뮈의 책을, 어떠한 이유로 읽으라고 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은 현대지성 클래식 출판사의 알베르 카뮈 대표작인 <이방인> 작품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일러스트가 이 작품의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미국판 서문과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품을 해석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