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야기 - 라틴어 원전 번역,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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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 변신, 도약

 

1. 서론

변신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관통하는 소재이다. 수많은 이야기에서 인간, , 요정, 동물 등이 모습을 바꾸며, 그 변화에 얽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면서 다른 이의 변신과 연결된다. 물론 어떤 이야기에서는 변신 외의 것이 훨씬 두드러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울릭세스와 아이약스가 아킬레스의 무구를 차지하려고 격렬한 언쟁을 벌이는 이야기에서는 변신만이 중시되지는 않는다.1) 이렇듯 󰡔변신 이야기󰡕 속 이야기가 모두 변신에 수렴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신은 작중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꾸준히 등장하며 그 존재감을 뽐낸다. 사실 작품의 제목부터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이니,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선 먼저 변신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변신이란 무엇인가? Oxford English Dictionary에서는 변신(metamorphosis)형태, 모양, 혹은 구성 물질에 변화가 일어나는 행위 혹은 과정으로, 특히 초자연적인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변화로 정의한다.2) 이 현대적 정의는 오비디우스가 보는 변신과 상당 부분 합치한다. 󰡔변신 이야기󰡕의 서시에서 변신은 새로운 몸으로 변신한 형상”(11)을 수반하고 그대들(신들)에게서 비롯된”(12) 것으로 그려진다. 즉 변신은 육체가 변하는 것이며, 이 변화는 인간 스스로의 힘보다는 신들의 권능으로 실현된다. 변신을 이루는 힘이 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부각하긴 하지만, 오비디우스의 정의 또한 신체의 변화를 담고 있으므로, 얼핏 봐선 󰡔변신 이야기󰡕의 변신은 현대인이 보는 변신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둘은 최종적으로 변신을 이루어내는 힘을 누가 쥐고 있는지가 다르다. 현대의 소위 변신물에서 변신은 대개 인물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된다. 예를 들어 세일러문이나 파워레인저는 주문과 특정 동작을 통해 범범한 외관을 영웅적인 용모로 교체한다. 하지만 󰡔변신 이야기󰡕에서 인물은 대개 제 것이 아닌 신적인 힘으로 변신하며, 그 결과에 불만족해도 변변찮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다. 그 예로 악타이온(3138-252)은 디아나의 알몸을 봤다는 이유로 여신의 힘에 의해 사슴으로 변하고, 이후 사냥개 무리에게 쫓기다 처참하게 사냥 당한다. 오비디우스는 그에게서 운명의 잘못이라면 몰라도/ 죄는 발견하지 못할 것”(3141-142)이라며 디아나에게 악타이온을 단죄할 명분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디아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악타이온에게 복수의 물을 뿌리며”(3190) 그를 변신시키고, 악타이온은 자신을 한낱 사냥감으로 만든 여신에게 저항하기는커녕 기르던 개들에게 찢겨 죽는 신세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오 또한 윱피테르에게 정조를 뺏기고서 하얀 암송아지로 변한 것도 모자라 유노의 분노에 온갖 고초를 겪는데(1568-746), 변신 과정에서 이오의 주권은 조금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대체 변신에서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인간이 날고 기어봤자 결국 신보다 열등하니, 인간은 신의 손바닥 안에서 껍질이나 갈아치워지는 놀잇감에 불과한가? 󰡔변신 이야기󰡕의 변신이 오로지 신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변신은 결국 필멸하는 인간과 초월적인 신 사이의 위계를 부각하는 장치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헤르쿨레스의 죽음과 신격화(9134-272)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윱피테르는 그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부분”(9251)나에게서 받은 것”(252)을 격리한다. 전자는 불에 타서 사라지는 것이지만, 윱피테르에게서 받은 부분은 영원하여 죽음에서 안전하게 벗어나 있고, 화염으로도 제압할 수”(9253)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네아스의 신격화(14581-608)에서도 인간의 육체는 죽음에 속하는 것”(14603)과 떨어질 수 없으며, 죽음에서 벗어난 육체는 최선의 부분”(14604)만 남았다고 부른다. 즉 신은 인간과 다른, 불사의 초월적인 존재이며, 그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작품에서 결코 수동적으로 굴려지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인간을 나약하고 열등한 존재로만 그리고 싶었다면, 무언가를 결단하기 전 인간이 생각하고, 갈등하고, 그로 인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을 상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신들을 장엄하고 탁월하게만 그릴 뿐, 굳이 인간처럼 싸우고 질투하는 장면을 삽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인간은 필멸하고 나약하지만, 작가가 이러한 인간들의 변신을 다룬 이유와 거기서 파생되는 의미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변신 이야기󰡕의 많은 이야기 가운데 변신 전후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인물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이야기를 살핀 후, 이를 분석하여 변신과 변신하는 인간의 의의를 조명하고자 한다.

 

2. 본론

(1) 변신과 정체성

앞서 서시(11-4)에서 살펴보았듯, 변신은 신적인 힘으로 육체를 바꿔놓는 행위이다. 이때 변신은 징벌(“punishment”)이거나 구원(“rescue”)일 수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인물의 본질을 끌어내거나 약화시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의식 없이 벌어지기도 하며, 때로는 확실히 잔인할 수 있다.3) 이때 변신이 징벌인지 구원인지 판단하려면 일차적으로는 대상을 변신시키는 존재의 시각에서 그 대상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면 될 것이다. 변신은 신적인 힘으로 이루어지므로, 힘을 가진 자 입장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나는 이를 벌주면 징벌이 되고, 자신에게 호소하는 이의 바람을 들어준다면 구원이 된다.

하지만 이것만 본다면 변신하는 자가 권능을 가진 존재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측면만 고려할 위험이 있다. 또한 변신을 단순히 신에 의한 징벌/구원으로 양분하면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뱀을 쳐서 성별이 두 번 바뀐 테이레시아스(3324-331)의 이야기에서는 누구의 힘으로 변신했는가보다는 그 힘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가 중시된다. 이런 경우 힘의 주인이 어떤 태도를 드러내는지만 가지고서는 변신을 평가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변신하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그의 정체성이 변신 전후로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 정체성, 즉 자기가 인식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몸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마음은 타고난 몸과 일치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변신하는 이의 갈망에 따라 변신은 구원도 징벌도 될 수 있다. 즉 원래 상태에 불만족하여 자기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맞는 새로운 육체를 부여받을 수도 있고, 강제로 변신하여 자신의 바람과 어긋나는 껍데기에 결박될 수도 있다. 이때 육체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외부 세계에서 실현하는 도구이면서 타인의 시선으로 조망되는 나이다. 따라서 육체가 변하는 일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새로운 를 사회 구성원들에게 선포하는 것이면서, 반대로 육체에 감금된 채 자기 정체성부터 공동체에서 수행했던 역할까지 빼앗기는 벌이기도 하다.

(2) 변신당하는 인간

변신한 사람의 정체성이 새로운 육체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 변신은 징벌로 기능하는데, 이는 앞서 살핀 악타이온 이야기에서 명확히 표현된다. 악타이온은 디아나의 알몸을 보았다는 이유로 사슴으로 변하지만, 그의 알맹이까지 사슴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다. 이는 여전한 것은 마음뿐이었다.”(3203)그는 신음하여 소리질렀는데,/ 그것은 사람의 소리는 아니었지만 사슴이 낼 수 있는 소리도 아니었다.”(3237-238) 등에서 악타이온을 완전히 사슴처럼 그리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악타이온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도 육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상태가 드러난다. 저자는 악타이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카드무스여, () 그대에게 처음으로/ 슬픔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 악타이온과/ 그의 이마에 난 이상한 뿔과 주인의 피를 실컷 빤 너희 개 떼였다.”(3138-140)라고 서술한다. 이때 악타이온은 병렬 연결되어 있다. 이는 저자의 시각에서 악타이온은 뿔에 종속되지도, 반대로 뿔이 악타이온을 대변하지도 않으며, 나아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그에 맞지 않는 사슴의 육체는 별개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변의 사냥개와 악타이온의 친구들은 악타이온이 사슴이 된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를 사슴으로 여겨 사냥한다.

 

(3) 변신시키는 인간

하지만 변신이 이처럼 고통스러운 징벌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구원 범주의 변신은 자신 혹은 타자의 육체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피스 이야기(9415-797)에서 이피스는 신에게 기원하여 자신의 성별을 바꾸고 사랑하는 소녀와 결혼한다. 변신하기 전 이피스는 여자지만 공식적으로는 남자이다. 이는 이피스의 아버지 릭두스가 딸은 내게 더 부담스럽고, 행운은 내게 재력을 거절”(9676-677)했다는 이유로 아들이 아니면 키울 수 없다고 아내에게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피스의 어머니는 이피스의 성별을 숨겨 키우고, 그렇게 이피스는 남자로 길러져 이안테라는 소녀와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변신 전 이피스가 가진 몸과 이피스의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피스는 여성의 신체를 가졌지만, 이피스가 누리는 모든 것은 남성으로서 성취한 것이다. 이피스는 남자아이로 성을 속였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고, 릭두스의 아들로 생활했으며, 심지어 사랑하는 이안테까지도 결혼의 신 휘메나이우스를 부르며(9765) 남성인 이피스와 맺어지기를 기원한다. 즉 이피스의 육체는 실제로는 여성이되 대외적으로는 남성이며, 이피스는 (남들이 보기에) 남성의 육체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표현하며 정체성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안테와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 이피스는 더 이상 자신의 성별을 숨길 수 없다. 만약 이피스가 여자의 몸을 가진 게 탄로나면, 외부의 시각에서 이피스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강제로 변신한 것과 다를 게 없다. 비록 이피스가 어느 시대를 살았는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끼리의 사랑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4) 하지만 당시 사회상을 제쳐두더라도, 성별이 뒤바뀌면 기존 성별로 쌓아올린 자신은 송두리째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건 마찬가지다. 즉 결혼식 때 이피스의 성별이 드러난다면, 그녀는 악타이온이 사슴의 몸에 갇혔듯 기존에 누리던 것을 모두 잃은 채 여성의 몸에 결박당하는 것이다.

이피스는 남성으로 간주되므로, “자연”(9758)이 이피스에게 부여한 성별이 바뀌기만 하면 결혼도, 그 이후의 생활도 깔끔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이른바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성별을 바꾸는 일은 당시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피스는 타고난 대로 여자로서 사랑해야 하는 것을”(9748) 사랑해야 하지만, 몸을 따르지 않고 부질없고 어리석은 정염을 털어버리지”(9745) 못하는 자신을 책망한다. 이어 신들은/ 주실 수 있는 것은 기꺼이 다 내게 주셨고, 내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도, 그녀도, 내 장인이 되실 분도”(9755-757) 원하지만, “그들 모두보다 더 강력한 자연(自然)은 그러기를 원치”(9758) 않는다고 독백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제 육체와 실제 자기 육체의 간극을 절감하고 비통해한다.

하지만 이피스의 슬픔은 여신 이시스(이오)의 도움으로 해결된다. 결혼식 전날, 이피스 모녀가 제단에서 이오를 부르며 도움을 간청하자, 이에 이시스가 긍정적인 전조로 응답하기 때문이다.(9771-784) 이렇게 여신의 힘으로 이피스는 잠시 전만 해도 소녀였지만 지금은 소년으로서 신전을 나서고,(9791) “소년 이피스로서 자신의 이안테를 차지했다.”(9797) 앞서 이피스는 괴롭게 독백하며 나를 소녀에서 소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안테여, 너를 바꿀 수 있을까?”(9743-744)라는 말을 섣부른 희망처럼 읊조렸었다. 하지만 소년 이피스는 릭두스의 아들이자 이안테의 남편으로서 유노와 휘메나이우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할 수 있었다. 즉 이피스는 성취될 희망도 없이 사랑”(9724)할 수밖에 없었던 옛 육체를 신의 힘으로 교체하고, 이로써 자신의 바람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 인간이 이끄는 변신

이피스의 변신은 악타이온의 변신과 다를까? 사실 이피스는 결혼식 전날까지 자신이 처한 문제를 타개할 방책을 구하지 못했다. 즉 여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피스는 높은 확률로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피스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피스의 변신은 악타이온의 변신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피스가 변신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자의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비록 최종 변신은 이시스의 힘으로 완료했으나, 변신을 이루려는 동기와 간절히 기원하는 행위는 모두 이피스의 것이다. 이피스의 독백에서 드러나듯, 이피스는 여자의 몸으로 이안테와 맺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더 열렬히 사랑했다.”(9725) 즉 사랑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짐작하며 괴로워하면서도, 자신 혹은 이안테가 변신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는 악타이온이 자신의 의지라곤 한 줌도 없이, 디아나의 힘으로 엉겁결에 변신당하여 새로운 육체에 갇혀버린 것과는 심히 대조적이다.

또한 이피스의 변신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과 엮고, 이를 육체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실현된다. 변신하려는 열망이 바로 이안테를 향한 사랑으로 추동되기 때문이다. 이는 변신 전 이피스의 독백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이피스는 여자의 몸으로 사랑을 이룰 수 없다고 탄식하면서도, 여전히 이안테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버리지 못한다. 즉 이피스는 이안테를 사랑할 수 있는, 동시에 이안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하고 싶어 한다. 비록 독백 중후반부에서 이피스는 육체 때문에 희망을 꺾는 것처럼 말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이피스는 자살이나 도피로 현 상황을 회피하지는 않았으며 결혼식 전날까지 고민하였다. 이후 이피스는 제단에서 어머니와 함께 기원하며 결국 원했던 육체를 얻게 된다.

이때 이피스가 거친 수많은 고민과 절망은 이안테를 수용하고 이안테에게 수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본인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자기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으로 읽을 수 있다. 그 노력은 이피스가 소녀일 때는 (비록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루지 못할지언정) 변신을 열망하게 하여 여신의 응답을 불러오고, 변신한 후에는 소녀였을 때 이루지 못했던 의지를 명확히 실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변신 측면에서 악타이온의 육체가 타인과의 관계를 차단하고, 이로써 그의 정체성이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며, 관계 측면에서 아폴론이 다프네에게(1452-567), 뷔블리스가 제 오빠에게(9450-665) 품은 일방적인 욕망과도 다르다. 다프네는 처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즉 아폴론과 성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월계수로 육체를 바꾸고, 뷔블리스는 오라비에게 버림받고 홀로 제 눈물에 녹아 샘물이 된다. 즉 두 사람의 육체와 의지가 서로를 향할 때만 사랑이 온전히 성취되는 것이다.

3. 결론

인간은 필멸하고 나약하고 때로는 신의 권능에 억압받는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이피스와 같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변신시킬 잠재력이 있다. 다시 말해 육체를 직접 재구성하는 능력은 없으나, 자신이 바라는 자신과 현 육체로 이룰 수 있는 자신을 치열하게 저울질하며 고민할 수 있다. 이 고뇌는 곧 신에게 기원하는 행위로 이어져 변신을 불러오므로, 곧 변신의 조건과 기본 토대로 기능한다. 따라서 변신은 그간의 생각과 행위로 자신의 정체성을 쌓아올려 이룩하는 것이며, 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행위라기보다는 새로운 자신을 선언하는 행위이다. 최종 변신을 이루는 신적인 힘을 빼고는 모두 인간이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변신의 원동력은 사랑에 있으며, 인간은 다른 이를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이어 이에 맞게 육체를 변화시킬 강력한 동기를 얻는다. 즉 인간은 몸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사랑을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 변신하며, 그 과정에서 역사에 족적을 남긴다. 이를 통해 작가가 󰡔변신 이야기󰡕의 서시에서 서술하듯, 변신에 대한 이 노래우주의 태초로부터/ 우리 시대까지 막힘 없이”(3-4) 이어질 수 있게 된다.

 

1) Ovidius, 천병희 역, 󰡔변신 이야기󰡕, , 2017, p. 699.

 

2)

"metamorphosis, n." OED Online. Oxford University Press, December 2018. Web. 23 December 2018.

http://www.oed.com/view/Entry/117313?redirectedFrom=metamorphosis#eid

 

3)

Feeney, Denis. “Introduction.” Metamorphoses. Ovid. London: Penguin Books, 2004. p. 29.

(Rui Rato, “Love, Desire and Transformation: From Ovid to Thomas Harris”. Via Panorâmica: Revista Electrónica de Estudos Anglo-Americanos, série 3, nº 5, 2016: 64-71. ISSN: 1646-4728. Web: http://ler.letras.up.pt/. p. 65.에서 재인용)

4)

윤일권, 고대 그리스 사회와 신화 속의 동성애, 󰡔유럽사회문화󰡕 vol.3, 2009,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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