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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언어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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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주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프트커버를 선호하지만 이 책은 하드커버 복간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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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의 대담
후지사키 쇼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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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저북만으로도 이미 재미있다. 펼쳐든 자세 그대로 호로록 다 읽었다. 보통 누구나 몇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상황에 맞춰서 다른 페르소나를 장착한다고들 하지만 이 티저북에서 읽은 셋은 그런 평범한 수준이 아니다. 입 밖으로 내뱉는 말과 속마음이 이렇게나 다른 인간 셋이 모여 인터뷰라니, 이들은 결국 같은 부류다. 셋 다 끝을 봐야 하는 극단적인 부류라서 결국 한 패가 되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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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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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알게되는 일들이 있다. 독서와 인문학의 힘도 내게는 그런 류의 일 중 하나다. 민음사의 민음북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의 책 소개가 딱 내 이런 생각과 동일해보여서 선택했고, 운좋게 당첨도 됐다. 


책은 어릴때부터 좋아했다. 유치원 무렵의 디즈니 그림동화전집을 시작으로, 학창시절 내내 책은 내게 취미가 아니라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지금부터 독서를 한다, 가 아니라 숙제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책장에서 오늘 읽을 책을 골랐다. 입시에 치여 살았던 고등학생 시절에도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종종 문제집 아래에 소설책이나 세계사책 등을 깔아놓고 몰래몰래 읽곤 했다 (나는 야자 시간에조차 공부 외의 다른 짓을 하다 걸리면 큰일나던 세대) 대학생이 되고나서 책을 많이 읽을수 있는 강의를 택하면 일석이조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문학 강의들을 택했다. 물론 교양필수에 인문학 강의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지만. 여하간 책도 읽고 공부도 하니 이 아니 좋을쏘냐. 그리고 이는 아주 나이브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모교는 전공 상관없이 무조건 3가지 강의를 이수해야 했다. 인문학에서 1개, 사회과학에서 1개, 순수과학에서 1개. 나는 다른 교필들은 1개씩만 수강했지만, 인문학에서는 예외로 2개를 택했다. 첫번째 강의는 교양필수니까 일단 인문학 중 하나는 들어야해서, 두번째 강의는 첫번째 강의가 쉽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재미는 있었고, 그래서 관련된 내용으로 더 듣고 싶어서. 졸업한지 오래되었으므로 정확한 강의명같은건 기억나지 않는데, 하나에서는 서양 문화와 역사의 기원을 다룬 강의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 그리스 희곡들을 배웠고, 다른 비슷한 내용의 강의에서는 성경, 길가메시 서사시, 버질, 호메로스 등을 배웠다. 사실 너무 오래전이라 명확하지는 않다. 명확한건 이 두 강의에서 여하간 이런 것들을 배웠다는 것이다. 이 강의들을 수강하면서 한 강의당 열권도 넘는 책을 읽고 레포트 쓰고 시험보는건 쉽지않은 일이었다. 전공보다 시간을 더 들여야 했으니... 밤늦게까지 레포르를 쓰면서 생각했다. 전공과는 상관도 없는 교양을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듣고있나, 내 인생에 과연 이 강의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후 취직도 전공으로 했으니 무의식중에도 그 교양강의들이 다 무슨 의미였지, 라는 생각을 꽤 오랜기간 했다. 

 

그리고 삶이라는건, 전혀 생각지 않은 순간에, 갑자기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인생이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의미를 가진다, 라고 아르메니안의 네 딸들에서 누가 이렇게 생각했더라? 여하간 성인이 된지도, 사회생활을 시작한지도 꽤 오래된 최근에서야, 불현듯 깨달았다.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쭉 해오던 독서와 대학시절의 그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냥 내 취향이라 해보는거지' 의 교양강의들이 사실은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나를 지켜주고 지탱해왔음을. 그 책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수없이 많은 간접경험들을 했고 그 강의들을 들으며 각 캐릭터들을 각자의 시각에서 다각도로 바라보는 훈련을 받으면서 그때까지 단순히 재미로 읽었던 책들과 이 훈련이 만나 세계가 더 풍부해지고 시각의 다각화가 이루졌음을. 쉽게 누군가에게 선동당하지도, 쉽게 누군가를 부러워하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과 상황들을 즉각적으로 쉽게 판단하고 비난하거나 찬양하지 않게, 내가 선택한 삶을 큰 흔들림없이 즐기고 나아갈수 있는 힘을 그렇게 얻었음을.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결국 이런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없는 이 시대에, 그저 휩쓸리고 부러워하고 절망하기에 너무도 쉬운 이 시대에, 그러지않고 자신만의 기준과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을수 있다는것은 굉장한 힘이다. 바로 윗 문단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그러므로 개인적으로는 내 삶 자체에 대해서는 독서와 대학의 인문학 강의에서 얻은 바가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인문학 강의가 필수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무엇보다도 인문학 강의를 교양필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건 솔직히 저자의 기억력이다. 어떻게 그 옛날의 강의명이나 과제들을 그렇게 명확하게 기억하고있을수가 있지...? 난 이제 전공강의가 몇개였는지, 내가 몇과목을 들었었는지조차 가물거리는데. 그리고 좀 재미있었던건 책 전반에 깔려있는 아닌척 하지만 사실은 자기자랑인 특유의 우월감. 그러나 그 우월감이 인생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되어 그만큼 더 힘을 낼수 있고 그만큼 더 바르게 살아가도록 가이딩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그 무엇이 문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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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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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조나단 스트래인저와 닥터 노렐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바로 사읽어봤습니다. 그 작품과는 꽤 다르지만 독특하고 환상적이어서 나름 재미있었어요. 책 표지가 게임 모뉴먼트와 놀랍게 유사한데 소설 속 규모를 알수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집이 묘하게 딱 그런 분위기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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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녀 - 꿈을 따라간 이들의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김남주 옮김 / 이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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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한 부족에는 다른 부족 구성원들과 달리 호기심이 많고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소년 다구가 있다. 또다른 부족에는 여자들에게 강요되는 집안일보다 사냥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소녀 주툰바, 새소녀가 있다. 이들은 부족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당연성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더 중요하다. 둘은 그렇게 각각 혼자 마을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처음 만난다. 새소녀는 자신이 똑바로 눈을 맞추고 말해도 언짢아하지 않는 소년에게, 그리고 그냥 걷는 중이라는 소년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구는 활과 화살을 들고 사냥을 한다는 소녀를 처음 봐서 호기심을 가진다. 

새소녀는 부족 구성원들로부터 결혼을 강요받은 다음날 홀연히 떠나고, 다구는 자신의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구성원들에게 맞춰가며 살다가 부족 남자들과 함께 사냥을 나갔던 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부족원들이 타 부족에게 모두 살해당한걸 보고 부족으로 돌아가 여자들과 아이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가서 오랜기간 부족장이 되어 의무를 이행한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타부족의 햇빛과 그녀의 갓난아기와 함께 살며 자신의 아이도 가지게 된다. 그동안 새소녀는 자신의 가족을 새소녀의 부족에게 잃었다는 이유로 새소녀의 부족을 증오하는 타부족의 미친 존재에게 붙잡혀 오랜기간 포로생활을 하게 된다. 자신의 가족을 잃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합니다만, 복수 방법이 틀려먹었다. 이해가 갑니까? 정말 복수하려면 그 부족으로 쳐들어가서 정면돌파를 했어야 맞겠지. 대체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육체적인 힘은 강하다. 저 미친 존재는 그 점을 이용해서 복수랍시고 여자를 폭력으로 짓밟은 아주 비열하고 비겁한 대표주자일 뿐이다. 

새소녀는 결국 강간을 당해 아들을 낳고 그의 폭력을 모두 견디면서도 아이를 멀리서나마 볼수있다는 것 하나로 버티며 살았는데 어느날 그녀를 찾아온 오빠들 셋의 머리로 공놀이를 하는 이들을 보고 그동안 포기했던 삶의 불꽃이 다시 일어난다. 새소녀는 잠든 부족들의 집의 모든 틈을 틀어막고 연기로 그들을 질식사시킨다. 그녀를 도와주었던 노파의 집만 남겨두고. 그리고 떠났던 길에서 다른 부족을 만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자 당당히 혼자 사는 길을 택한다. 다구는 어느날 타부족에게 햇빛과 아이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걸 보고 복수심에 불타 그들을 찾아 길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새소녀와 다구는 다시 만난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고싶었던 주제는 대체 무엇인가요...? 집 떠나면 개고생? 꿈이고 나발이고 그냥 구성원에 맞춰서 생각을 없애고 살아야한다는 것? 남들과 다르면 피곤하다는것? 둘다 알래스카 인디언의 구전설화를 토대로 썼다는데 좀더 현대적으로 풀어낼수는 없었는지? 일종의 하마르티아를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그러기에는 이들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영웅은 아니쟎아요. 모든 사람은 결국 영웅이라는 주제는 여기서는 접어둡시다] 

물론, 소중한건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릴때 읽었던 동화 파랑새도 결국 그 주제였던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지. 그러므로 떠나봐야 결국 돌아온다는것도 사람따라 다르다. 떠났기에 행복해진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부족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인 인원이 필요하고, 그러므로 떠나봐야 개고생이다, 결국 돌아온다, 소중한건 곁에 있다는 류의 이야기를 대대손손 구전으로 전해주었을 것이다. 현재 인구가 감소해서 큰일이라며 여자들에게, 젊은 세대에게 임신과 출산을 여러 각도에서 강요하고 있는 사태와 결과적으로는 같은 맥락인것. 인구가 감소중이라면 어떻게 예전보다 낮아진 출생률과 인구수로 잘 헤쳐나갈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정책수립을 하는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임신과 출산을 다각도로 압박할 일이 아니라. 지배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이 부족이, 국가가, 체제가 유지되는것이 중요하니까. 개개인의 행복이나 생각따위는 상관없는거지. 이는 어느 세력이 정권을 잡던 마찬가지가 된다. 역사가 증명하지 않나.   

여하간 새소녀가 탈출시도도 딱히 하지 않고 아들을 멀리서나마 볼수 있다는 점 하나때문에 그 말도안되는 폭력을 다 견디면서 계속 머물러 산다는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부족 모두를 몰살시킬때 아들까지도 포함시킨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아들이지만, 미친 존재의 아들이기도 하다. 유전자가 어느쪽으로 더 치우쳤을지는 모르나, 미친 존재와 부족민들의 성향으로 보아, 환경적으로 아들은 새소녀보다는 그쪽으로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다른 부족을 만났지만 그 부족 역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자 홀로 살아가는 부분도 좋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다구를 만났을때 처음 다구가 보았던 그 눈빛과 분위기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점도. 세상을 겪으면서 사라지는것이 순진이라면, 끝까지 유지되는것이 타고난 순수라고 생각한다. 그 숱한 지옥같던 시간을 견뎠으면서도 소녀시절의 눈빛을 그대로 간직한 새소녀는 결국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었다.  

문학동네 북클럽에서 출간전 이벤트로 받은 책. 가제본된 책을 보내주고 책이 정식 출간된 후 온라인 서점 등에 서평을 남기는 방식. 당첨되어서 기뻤고요. 책 내용은, 옛 구전설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되게 마음에 안듭니다[...] 21세기인데 다른 방향으로 각색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표지 그림은 거의 동일하다. 살짝 컬러풀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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