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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얼음틀 -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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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재판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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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 곽재식의 방구석 달탐사
곽재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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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5, 우리나라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우주로 떠났다. 무사히 로켓과 분리하여 자체 항행을 시작했다는, 아주 기쁜 소식이 뒤따라 들렸다. 그리고 이런 기분 좋은 뉴스에 맞추어 곽재식 작가의 책 한권이 세상에 나왔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쉽게 읽히는, 가볍고 즐거운 달탐사.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 순간 역시 곽재식, 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이렇게 산책 가듯 가볍고 경쾌한 걸음으로 달에 갈 수 있는건가? 곽재식 작가의 초대가 아니라면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곽재식 작가는 대체 왜 우리를 이렇게나 열렬히 달로 초대하는 걸까. 매 장마다 마지막 문단은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달은 우리의 시작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우리의 종말을 막을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맞지는 않겠지만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왠지 지금 당장이라도 달로 떠나야만 할 것 같고…, 다누리가 나 대신 달에 가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왜 늑대인간은 보름달을 보면 변신하는지, 아폴로 11호가 정말 달에 갔는지, 달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등 사소하게 궁금했던 질문들을 여러 자료를 조합하여 곽재식 작가만의 답을 주는 책이다. 대중문화 속 달, 신화 속 달, 역사 속 달은 모두 다르게 해석된다. 어떤 때는 늑대인간을 미치게 하고, 어떤 때는 풍요의 여신이 되는 달. 보는 방향대로 모습을 휙휙 바꾸는 달이 흥미롭다.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만 하나보다.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 직접 달에 가서 달을 가까이에서 보고, 달의 돌과 흙을 살펴보고 달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달의 실체와 달의 의미, 행성과 날짜,우주의 의미에 대해서 보다 잘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 P89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가야 한다. 그러면 설령 언제인가 해와 달이 빛을 잃는다 해도 떠나간 연오와 세오를 찾는 대신, 해와 달에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P132

이렇게나 돈을 많이 쓴 것은 우주선과 로켓을 금덩이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디ㅏ.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최고의 인재들에게, 하고 있던 다른 모든 일을 접고 인생을 우주 개발에 걸어달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금액을 연봉으로 제안해야 했기 때문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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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지음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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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주중에는 정말 너무너무 정신이 없어서 차분히 앉아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일요일까지 다 읽을 수 있으려나 엄청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토요일 하루.. 그것도 몇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는데, 정말 그럴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샴 쌍둥이로 태어난 에녹과 아길라가 분리 수술을 받은 후 타고난 운명에 거슬러 각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하로는 어떤 말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최대한 생략하지만 하반신을 잃은 아길라가 자신의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몸을 되찾고 싶어 벌이는 무리한 일들이 나로써는 안타깝고 마음 아팠다. 

책을 덮으면서 정말 여러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은 아길라가 아닌 에녹이 '그 어떤 것도 포기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게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운명에 거스르는 이는 찬연한 빛을 내는 법이고, 그 빛이 어두운 세계에서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동시에 많은 것들을 살라먹겠지만.


읽는 내내 다음이 궁금했고, 얼른 결말을 보고싶음과 동시에 결말을 알게 되는게 두려웠다. 작품이 끝나는게 무서울 정도로 흥미진진한 독서였다. (책 읽는거... 너무 좋아...)

책 표지의 디자인과 덧싸개의 디자인이 다른데 덧싸개 디자인이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귀퉁이 까지는게 정말 마음이 아팠다. 전체적으로 흑백인데 보라색 박이 들어가서 고급스러운건 물론이고 우아하고 고요한 밤의 세계를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느꼈다. 동시에 표지의 무늬도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왠지 벽지로 많이 쓰였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굉장히 잘 어울린달까... 그의 방 커튼 뒤에는 언제나 밤인 세계가 있지만, 커튼은 방의 일부이고 그 '방'에도 누군가가 살아가기 때문에 평범한 나날이 온다면 그 벽지의 패턴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 소설의 다음을 생각해본다. 너무 아쉬워서 책의 마지막 장을 붙들고 늘어지는 기분으로...


"잘 들어, 에녹. 너는 네 몸을 무척 아껴야 해. 왜냐하면 그건……."

아길라는 이렇게만 말하곤 동생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 P14

"너희를 축복하고 싶구나."

그들은 자신의 축복을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저주로 여길 테지만 진심으로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고 싶었다.

"너희들의 삶이 끝없는 밤으로 이어지길." - P149

세기적인 수술이 곧 시작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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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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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인 비트윈: 경계 위에 선 자 ㆍ 토스카 리 ㆍ 허블


운전대를 잡은 손, 차창 너머로 불타는 차와 총을 든 사람들. 표지는 책의 얼굴이다. 그리고 이 책은 얼굴에서부터 온 힘을 다해서 재난에 대한 소설임을 말하고 있다. 그것도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 가끔 세상이 망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았을 때 가장 처음 상상되는 바로 그런 풍경. 화재인지 노을인지 하늘이 온통 붉고, 핸들을 쥔 손등에는 힘줄이 도드라져 바짝 긴장했음을 보여준다. 왠지 모르게 긴장하며 표지를 넘겼다.

정신 없이 빠져들어 읽은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밑줄을 긋거나 페이지를 표시해놓는 것조차 깜빡할 정도로, 한번 달리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뿐인 나까지도 어쩐지 숨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기묘한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 내가 만난 장면은 영구동토층이 녹아 그 속에 얼어있던 순록의 사체가 드러나고, 그것을 파헤친 돼지가 돌연 죽어버린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이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모든 것이 여기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으며 단순한 순록의 사체뿐만 아니라, 프라이온prion이라는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도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바이러스는 돼지와 그 주인, 그리고 그의 친구들을 거쳐 미국사회로 퍼져나간다.


한편, 주인공 윈터 로스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았던 신천국에서 파문된다. 신앙을 버리고 엔클라베에서 쫓겨난 윈터는 엄마의 옛 친구 줄리와 그의 가족의 도움으로 교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윈터는 난생 처음 목표를 가져보며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광증을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자 그는 십수년간 귀에 박히도록 들어온 종말이 도래했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줄리와 함께 그녀를 도왔던 켄의 조언에 따라 줄리와 그의 딸 로렌, 그리고 윈터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로 하고, 얼마나 늘어질지 모르는 여정을 위해 각자 짐을 꾸린다. 그리고 잠시 혼자가 된 윈터에게 그리운 얼굴이 찾아온다. 윈터의 언니 재클린이 들고 온 뜻밖의 소식은 윈터로 하여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 위를 달리게 한다.





❝ 베이컨을 위해 세상을 구하자고. ❞


전염병과 사이비 종교단체 얘기에 갑자기 웬 베이컨인가 싶은 대목이지만,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무거운 소재들을 전혀 우울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 가벼워보이지 않게 풀어냈다. 윈터는 평생동안 세뇌된 공포를 버텨내며 하나뿐인 조카 트룰리를 위해 미쳐버린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길 위에는 이유없이 윈터를 해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이유없이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 고난과 악의로 가득 찬 세상에도 좋은 사람은 존재한다는 것을 끊임 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현시국과 너무 닮아있어서 읽고나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책장을 덮은 내 마음은 굉장히 가벼웠다. 오히려 충만했다. “이것은 소설이다. 아직까지는.”이라는 무시무시한 카피와는 다르게 성장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P. 55 천국은 황금색이 아니라 푸른색이어야 한다.


P. 306 (…) “왜냐하면! 운명은 다르니까. 당연히 달라야지.” 물론 달라야한다.

이 남자가 뭘 알겠어? 참회실에서 신께 용서를 구하며 무수한 밤을 보낸 것도 아니잖아? 자칭 메시아의 눈치를 살피며, 인정을 찾고 허락을 구해본 적도 없잖아? 그런데 그 눈 속에 신이 아니라 악마가 살고 있는거야.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을 상상이나 해봤겠어?


P. 364 매그너스가 옳았다. 세상은 끝나야 한다. 그자처럼 다른 사람들을 약탈하는 자들이 판을 치고 체이스 같은 사람들이 더 이상 없다면.


P. 379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니다.



*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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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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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주로 작가분이나 장르를 고려하고, 추천사를 자주 읽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는 백수린 소설가의 추천사는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서평단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외로운 시기에, 외롭지 않게 해주는 책이라니 단숨에 마음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꽤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의 배송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보통 기대하는 책이나 영화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채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펼치기 전까지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나에게 책장을 넘기는 순간의 당혹감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은 어딘가 공기 같고, 목적성이 보이지 않는다. 보통 나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가 뚜렷하고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극적인 소설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시작부터 끝까지 큰 기승전결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약간 당황했다. 그래서 나는 이 단편들을 읽으며 자꾸만 그래서무슨 얘길 하고 싶은거야?” 라고 생각했다. 도저히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지금, 윌리엄 트레버가 이 이야기 자체를 이야기하려고 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의 소설은 마치 풍경 같고, 산책 같은 것이라 독자 또한 그런 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이야기를 따라가면 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가끔은 발 밑의 들꽃을,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들을, 혹은 건너편에서 산책하는 다른 이들을 구경하듯이, 그렇게 천천히 구경하며 읽으면 내 마음 속에도 그 풍경이 고스란히 남는다. 그것이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을 읽는 법이었다. 그것을 알고나니 책 속에서 더 많은 순간을 볼 수 있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이 글을 보고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헤매지 않기를 바라며 공유한다. 나 또한 지난 경험을 가이드 삼아 다시 한번 이 책을 거닐 예정이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두 사람은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고, 후회나 과거에 있었을지 모를 것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은 단어를 통제하는 능력을 잃지 않았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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