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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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기 인문주의자였던 토마스 모어가 자신의 이상향에 대한 사상을 정리해 쓴 '유토피아'이다. 유토피아는 그 의미부터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의미로 이러한 이상향은 역설적이거나 당연하게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유토피아를 다녀온 탐험가에게 토마스 모어가 이야기를 들어 받아적었다는 설정으로 되어있다.

유토피아의 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얘기하자면, 우선 국가형태는 공화국이다. 고대 그리스와 유사하게 여러 도시들에서 각각 대표를 뽑아 국정을 결정하는 형태이다. 또 사유재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이다. 자원이 차고 넘쳐서 누구나 필요할 때 마을 창고에서 가져다 쓰는 형식이다. 모든 집은 동일하게 지어졌다. 옷도 모두 똑같은 디자인이다. 밥은 다같이 모여서 먹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먹다 남은 것을 받아 먹는다.

솔직히 유토피아의 이런 설정들은 21세기의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든것같다. 이미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한 번 겪고 난 인류가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을 때 어떻게 생각했을지 생각하면, 아마 당황하지 않았을까. 우선 이 사회는 굉장히 꽉막히고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하고, 같은 집에서 같은 옷을 입고, 결혼부터 종교생활에 죽음까지 모든 것을 법, 관습, 도덕 등에 얽메여 남들과 같이 행동해야 하는데 이건 너무 전체주의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또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아도 자원이 풍부해서 사람들은 그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고 하는데, 인간의 욕구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욕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인류가 이족보행하는 원숭이에서 스마트폰 쓰는 현대인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 유토피아 사회는 발전이 없고 정체만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토피아'가 무가치한 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제군주정이 아닌 공화제를 주장했다는 점과, 서문에 있는 인클로저 운동의 비판 등을 통해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다. 또 500년 전에 쓰인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시대를 앞서간 책이기도 하다. 시대를 앞서가 그 내용이 비극으로 실현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딱딱하지도 않고 해서 잘 읽혔던 책이다.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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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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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누구나 한번씩은 이솝우화를 읽어보았을 것이다. 우화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사회를 풍자하는 역할을 하는 이야기로, 서양뿐아니라 동양에도 존재한다. 토끼전, 박지원의 호질, 개화기에 나온 금수회의록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번역하신 박문재 선생님이 번역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참 감명깊게 읽어서 번역은 염려도 하지 않고 읽었다. 당연히 훌륭한 번역이었다.

읽으면서 느낀점은, 확실히 어린이들용 이야기는 아닌 것같다는 점이다. 머리가 커지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나서 읽어보니, 읽으면서 씁쓸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악인의 천성은 쉽게 못바꾼다느니 천성을 바꾸려면 화를 입는다든지 하는 이야기 끝부분의 교훈은 확실히 어린이들을 위한 얘기들은 아닌것 같다. 읽으면서 오히려 한비자나 군주론을 읽는 것과 비슷하게, 이상적이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교훈들을, 다소 비도덕적이라고도 보일만한 교훈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각각의 동물들은 특정 성격의 인간들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여우는 꾀많고 속이기 좋아하는 인간, 사자는 강자나 지도자, 낙타는 멍청하고 잘 속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동물을 보고 생각나는 느낌들이 이솝우화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두꺼운것과 반대로 하나의 이야기가 짧아 빠른 호흡으로 사나흘정도 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우선 재미가 있다. 그냥 웃음도 아니고 쓴 웃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진짜 재밌다. 아마 최초의 블랙코미디 문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웃고 싶은 분들이나 교훈을 얻고 싶은 분들이나 모두에게 추천드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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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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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를 읽을 때,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첫부분을 의외로 소크라테스나 소피스트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철학은 자아와 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니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고대인들이 상상한 신화로부터 철학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신화를 다룬 원시종합예술에서 시와 소설이 파생되어나왔으니 문학과 철학은 배다른 형제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신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시간에 단군신화의 의미를 배웠던 기억이 난다. 천손사상과 농업을 중요시하고 동물을 신으로 삼는 애니미즘과 무당의 샤머니즘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신화는 우리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목적으로 주위환경이 반영되어 나타난다. 또한 신화를 보면 그 집단의 무의식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농경사회의 신화와 수렵사회의 신화를 비교한 것처럼 말이다. 신화는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닌, 고대인의 사고방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인 것이다.


또한 각 지역의 신화를 비교함으로써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도 있다. 중국의 고대설화는 반고라는 거인이 하늘을 떠받들다 죽어 세상으로 바뀐다. 반면 성경의 창세기는 신이 자신과 독립적으로 세계를 창조한다. 신적 존재와 세상이 독립적인가 연관되어있는가는 결국 그 사회에서 개인이 존재하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서양의 연애소설이 동양에 전파되었을 때 동양인들이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했다는 일화가 있다.이처럼 신화는 그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무의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고대인들은 결국 우리들의 조상이니까말이다.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신화가 가지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황금가지같은 다른 신화학 저서들도 읽어보고싶어졌다. 신화란 참으로 흥미롭고 근원적인 매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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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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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유명한 로맨스 소설이다.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기도 하고 또 괴테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고 결말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자살을 하는 청년이 많았는데, 이를 두고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우선 책 외적으로, 책이 두껍지 않고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아서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읽기 수월했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자를 살펴보니 숭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시고 현재는 명예교수시라고 하니 번역도 믿을 만 했다.그리고 책 사이사이로 끼워진 고풍스러운 그림들도 책의 분위기를 살리기에 좋았다.



이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한 줄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간단하다. 베르테르라는 청년이 유부녀 로테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이룰 수 없어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햄버거 만드는 그 롯데는 이 소설에 나오는 로테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신격호 회장이 이 소설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내 생각에는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풍부한 비유와 배경묘사로 베르테르의 감정을 설명하여 독자가 그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역시 고전은 고전이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사랑이란 기본적으로 미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를 소유하고 싶고 독점하고 싶고 하는 집착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광기와 비슷한 감정이다. 베르테르가 사랑을 이루지 못해 자살하기 전에 한, 머리가 돌 것같다는 대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 소설을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가슴아파한 불행한 청년의 이야기로 읽지만, 괴테는 아마 사랑이란 감정의 폭력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을 읽다보면 드는 생각이, 옛날과 지금은 많이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지금의 문제는 고전을 읽어서 해결되지는 않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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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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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라고 하는 교수가 대학 수업을 위해 만든 철학사 서적으로, 일종의 전공서적이다. 저자의 의견은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 위주로 서술한게 특징이다. 책의 뒷편에도 나와 있듯이, 철학자들이 스스로 말하게 한다는 점이다.

한 예로, 자신의 철학에 논리적 모순이 있었던 파르메니데스마저도 동시대의 철학자인 러셀의 입을 빌려 모순이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상 모든 서양의 철학자들을 다룰 정도로 그 범위도 매우 넓다. 적은 분량을 할애할 지라도 조그만 영향이라도 있었다면 그 철학자에게 발언권을 주는 느낌이었다. 철학자들을 시대별로 분류하고, 또 시대 안에서도 가치 위주로 분류하여 난잡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분량은 많지만 글이 어렵지 않고 시대별 흐름을 따라가면 큰 맥락을 잡으면서 가지도 놓치지 않을 수 있어 빨리 읽히는 책이다. 철학입문서로 매우 훌륭한 책이다. 다만 이 책이 20세기 초에 쓰여 20세기의 철학이 담기지 않았다는 시대적 한계가 있다. 그것만 제외하면 흠잡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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