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섭 단편집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주요섭 지음, 이승하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요섭의 문예작품은 빈곤, 혼란, 소외 죽음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독자의 시선을 항시 잡아두고 있는 문인으로서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주요섭의 천재성에 대해 감탄...
‘소설은 바로 이렇게 쓰는 것이다.’의 산 증거와 증인

1. 인력거꾼-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너무도 흡사한 30년대 사실주의 소설, 인력거꾼은 인력거를 끌기 시작한지 매일 과도한 달음질으로 8~10년 만에는 모두 죽는다는 공보국 조사를 그들은 모르고, 동전 10푼에 오래도 더 되는 거리를 가서 억울한 나며지 동전 두푼만 더 달라고 하다가 맞기도 하고, 사람 셋을 태우고 십리되는 길을 끌고 가서 은전 한 푼 받고 기막혀 더 내라고 야단치다 머리를 맞아 터지기도 한다.
지난 밤 주인공 아찡의 뒤숭숭한 꿈자리로 예감을 했던 불행한 결말은.. 의사의 치료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길바닥에 ˝꿍˝하고 쓰러져 죽는,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해 아무도 슬퍼할 사람이 없는..가난한 한 인력거의 비참한 삶의 마지막 장과 함께. 끝맺음을 한다.

2. 아네모네 마담
아네모네 마담의 눈길을 끄는 한 남자는 매번 슈베르트의<미완성 교향곡>을 신청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남자는 마담이 틀어 놓은 그 음악에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파뭍었다. 그 고막을 찢을 듯이 강렬한 고함소리, 그리고 깨어진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판,, 정신을 잃었었던 마담에게 남자의 친구가 와서 사과를 하며, 슈베르트<미완성 교향곡>과 관련된 남자의 사랑 얘기를 들려준다. 한 여자를 사랑했으나, 그 여자는 불행히도 대학교수의 아내,
그 둘의 사랑의 정신적 교감은 지극했다 물론 그들의 사랑의 추억이 담겨 있는 <미완성 교향곡>에 대한 남자의 애착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또 한가지 이 남자는 자신의 애인을 <모나리자>라고 불렀었는데, 이 카페는 그 그림이 유일하게 걸려있는 (그래서, 남자가 그림을 볼 때마다 마담 자신을 본다라는 착각 속에 있게했었던) 곳이라, 그 남자는 이 카페에 자주 왔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의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마담은 자신의 귀에 짤랑짤랑하며 달려있던 예쁜 귀걸이를 떼버렸다.

3. 개밥
사람의 팔자보다 더 나은 개, 이 개의 밥은 흰밥에 고깃국이었다. 이 집에서 일을 하는 어멈은 이 밥을 세살 난 귀여운 딸에게 가져다 주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개는 무럭 무럭 자라 개밥의 량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해 급기야 자기가 먹은 밥을 뚝딱 치우고도 더달라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양실조로 많이 야윈 딸이 몸도 안좋아 의사를 불렀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약도 못지어줬다. 그렇게 생사를 오고가는 딸의 마지막 애원은 흰밥에 고깃국, 어멈은 개가 먹던 밥을 뺏어 주려고 작정하고 개밥공기를 들어서 국물을 죽그릇에 쏟으려 하니까 다 자란 개는 어멈에게 달려들어 이리저리 물었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개밥 얼어붙은 것을 긁어 모아쥐고 집에 갔으나..
이미 딸은 개밥조차 못먹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개만도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처절함이 베어있는 단편이다.

4. 추물
너무나 못생긴 언년이가 애를 가졌다는 것은 온 세상 사람들이 놀랄일이다. 물지게꾼의 딱 한 번.. 관계로 임신을 한 것이다. 언년이는 자신의 외모로 그간 세상 사람들에게 받았던 온갖 설움을..
외모가 출중한 아이를 낳음으로써 갚게되기를 간절히 바래왔다. 그러나, 언년이가 낳게 되는 아이는 언청이에 자신과 똑 닮은 못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었다, 너무나 실망한 언년이는..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가져본다
˝아이가 좀더 자라믄.. 좀더 자라믄 좀 나아디갔디..˝

5. 북소리 둥둥둥
내용면에서는 별 것 없는 거 같으면서도.
읽는 내내 마음을 앗아갔었던 소설이 바로 북소리 둥둥둥이다.
주요섭의 글재주는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표현력은 사람의 눈을 떼게 할 수 없는 마력과도 같이.. 시선을 시종일관 책에 고정시키게끔 해 준다.
북소리를 듣고 총을 가지고 나간 남편(북간도를 개척한 조선 사람의 생활에 있어서 끊임없는 투쟁은 한 일과로 되어 잇고 용간한 아내들은 언제나 남편의 총메고 나설 때 이를 만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남편을 잃은 인선모.
허나, 아들 인선이가 17세가 되면서부터 북소리가 들린다고 하여 알몸으로 비를 맞기도 하고, 이상한 소리를 해대기도 하고...
그러다가 인선이는 북소리가 이끄는 강력한 힘에 의해 집을 나가고 말았다,. 어머니가 아무리 불러도.. 어머니의 울음이 아무리 그를 붙잡아도. 그의 그림자조차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6. 해방 일주년
열심히 일해봤자, 기생이 가져가는 팁만도 못한 월급.
네~다섯 시간을 기다려봤자 타올 수도 없는 배급소! 사람들을 허탕치게 만드는 비극들..영양실조에 걸린 어린 아이의 치료와 식사 문제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내용.. 혼란스러운 사회상 들을 제시


7. 여대생과 밍크코트
현재-과거-현재에 이르는 역순차적 구성으로 이뤄진 소설
큰 부잣집 딸 정옥이, 이와는 비교되게 가난한 영옥 이 둘의 만남은 교통사고로부터 이어진다. 영옥의 과외비도 다 대주고 생활비로 다 대주기로 하고 시작된 이 둘의 동거 생활...
비현실적이라 할 지몰라도.
정옥이는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것만 같은 아이긴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버지께 받은 100만원짜리 밍크코트를 붙들고 우는 불행한 아이였다.
정옥이가 바라는 것은// 값다가는 선물이 아니라..˝사랑˝이라는 두글자..였기 때문에/

8. 열줌의 흙
70년 전 하와이에와 사탕 농장을 한 노인, 그에겐 정옥이라는 딸이 있었다. 아내를 일찍 여의고 딸을 금지옥엽 키웠더니, 흰둥이와 검둥이 트기를 데려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미칠 것 같았지만, 그 둘이 이듬해 임신을 했다는 소리에 마음을 풀었는데, 정옥이가 난 것은 검둥이었다. 그 사위 녀석은 정옥이가 흑인하고 간통했다고, 집을 나갔고, 결백을 주장한 딸은 자결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외손을 키웠는데, 그녀가 바로 낸시,
노인은 화분과 함께 낸시를 황군에게 맡기고 한국에 돌아갈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노인은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채 혼수상태로 빠지게 된다.

9. 대학교수와 모리배
아무리 정직하게 분수를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교수도 기본적인 생활조차도 할 수 없는 광복 당시의 삶의 고난 상을 제시, 광복된 조국의 새로운 정부에 기대를 건 당시대의 지식인 일반의 배반감이 적절히 집약된 소설이다. 빈곤한 대학교수, 그의 친구 모리배가 그에게 한 뭉치 돈을 주었지만, 교수는 그것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소매치기에게 털려 빈손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