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수많은 노자풀이쯤 하나로 생각하고 가벼이 들었다가 초간/백서본 등 여러 판본에 통달하고 왕필쯤 가벼이 뭉개주는 내공에 놀라 진중한 자세로 고쳐앉아 읽은 책. 특히, 애민/박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유려한 우리말 번역, 절대 사변적이지 않은 중고생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번역이 놀랍다. 정역본 출판이 기대된다.
고대사 관련 지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민족사학진영의 위대한 성취이자 강단사학진영에 안기는 묵직한 한방. 수많은 칼라 도판이 지리적 문헌적 이해를 돕고 최근의 연구 발굴성과까지 논증의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만리장성 동단 양평이 하북성 노룡현임을 밝혀내고, 평양고분이 버클 동복을 들어 한나라가 아닌 북방계임을 보여주며 장무이전, 동수묘 묵서의 조작혐의를 입증한다. 눈이 떠지고 자욱한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