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졸업 송언 초등학교 웅진책마을 53
송언 지음, 유승하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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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살아오면서 정말 그때는 더없이 친밀한 관계였던 것이 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에 정리가 안 된다면? 대단한 인적 자산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새로운 만남들과 뒤죽박죽 엉키면서 굉장히 복잡하고 성가신 삶이 될지도 모른다.

동화 작가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인 지은이의 축 졸업······’은 지은이 본인이 이야기의 중심인물로 등장하면서, 여러 각도로 달리 읽힐 수 있는 여지가 공존하는 작품이다. 지은이는 과거에는 분명 동화와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자아 정체성이 교사라는 직업적 정체성보다 앞에 서는 모습을 보였었다. 변화된 모습은 일군의 개구쟁이 연작들을 잦은 간격으로 발표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작품들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과 아동문학다운 캐릭터가 비로소 나타났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는 연작들은 두 다른 정체성이 이제 화해를 이루고, 심지어 정체성의 우선순위가 바뀌기까지 한 소산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작가로서 어깨에 잔뜩 들었던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과 작가 자신의 관계를 편안하게 관찰한 소산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 연작들 사이에서 축 졸업······’은 특별히 긴 호흡으로 여러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일단 교사로서 승진과 거리가 먼 자신을 작가적 능력으로 포장한 자랑담으로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작품 속 다른 선생님들이 할아버지 선생님을 부러워하고 있다. 아니꼽게만 보지 않으려 하면,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일깨우는 자극이 발견된다. ‘할아버지 선생님이 비교의 기준이 되어, 끈질긴 승민이의 행동에 대해 계속 이유를 묻게 된다. 그런데 그 승민이가 끈질기게 이어가는 행동의 이유에 눈을 맞추다 보면, 보편적인 또 다른 생각에 이르게 된다. 진실되고 오래 가는 관계 맺기는 실은 작은 반복적 실천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꼬마들에게 할아버지 선생님은 처음으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자고 말한다. 승민이는 그 말을 진심으로 실천한다. 4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승민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계속 기억하기 위해 계속 찾아간다고 말한다. 거의 대부분 눈도장만 찍고 나오는 그 일과가 승민이의 초등학교 생활을 보이지 않게 지탱하는 자못 숭고한 의식이 되고, 독자들은 그 점점이 이어지는 싱거운 의식을 지켜보며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자기 식으로 실천하는 한 아이의 성장과 동행하게 된다. 그리고 소중한 만남이니까 이어간다기보다 이어갔기 때문에 만남이 소중해진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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