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이 책을 꼭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책이 그토록 좋은 작품이라고 고전 대우를 받는 까닭을 알고 싶어서였다······.

낭기열라라는 괴상한 이름의 땅에서 주인공 형제가 겪는 난데없는 모험. 게다가 그 괴상한 땅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낭길리마라는 또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다니······. 판타지는 현실에서 다른 세상으로 과학적 논리를 뛰어넘어 연결되는 이야기이지만, 이상하게 이 작품의 판타지 세계는 내게 자연스럽지 못했고 그것은 다시 읽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낭기열라와 낭길리마라는 다른 시공간을 줄줄 설명하는 카알의 형 요나탄은 누구란 말인가? 카알이 전혀 생소해하는 것으로 봐서는 북유럽 전설 속의 익숙한 무대만도 아닌 것 같은데······. 현실에서 판타지로 넘어가는 방식이 납득되지 않아서, 낭기열라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없었던 것이 이 책을 첫 번째 읽을 때의 소감이었다. 그리고 카알 스스로 희한해하듯 결정적인 순간마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기막힌 우연, 우연······.

이번에 새로 읽고 나서 카알과 요나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카알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형 요나탄. 그러면서도 요나탄은 카알을 끔찍이 아끼고, 모든 것을 함께 하려고 하고, 카알은 형과 함께라면 두려움을 견디며 없던 용기를 내고, 그리고 조금씩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분명 흠 잡을 데 없는 엄친아 요나탄이 아니고, 모든 것이 부족하고 민폐만 끼치는 꼬맹이 카알이다. 카알은 바로 평범하고 내세울 것 별로 없는 우리 보통 독자들를 대표하는 것 아닌가? 카알이 한없이 의지하는 형 요나탄은 어쩌면 카알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계속 울려나오는 자기의 목소리가 아닌가? 그 목소리를 용기라고 불러도 좋겠고, ‘자존심이라고 불러도 상관없겠다. 낭기열라든 낭길리마든 다 카알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곳이 아무 다툼 없는 이상향이 아닌 것은 그 갈등과 위기를 헤쳐가는 모험 자체가 카알이 꿈꾸는 멋진 삶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판타지 공간으로의 통로는 죽음이다. 죽음을 어린이문학에서 이렇게 파격적으로 다룬 예가 흔치 않을 것이다. 작품의 결말은 아예 형제의 동반 투신이다. 더 성숙한 경지로 올라선다는 상징의 의미가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극단적 행동이다. 사자와 같은 용맹함은 때로 매우 두려운 실천을 해냈을 때 가질 수 있다. 엄마 아빠 없이 처음 동생과 집을 지켜야 할 때, 돈을 뺏는 동네 선배에게 맞서서 순순히 따르길 거부할 때, 친구들의 따돌림 놀이에 동참하지 않고 똑같이 될 각오로 당하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 때······.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길에는 여러 번의 두려운 실천이 캬틀라의 아가리처럼 불을 뿜으며 용기를 시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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