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니 - 이번 인생은 만족 ㅣ 위픽
도진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궁극의 슈퍼 바이크 두카티 슈퍼레제라 V4
전 세계 한정판 500대중 한 대가 이곳에 있다.
동한은 시동을 켜고 두카티에 올랐다. 헬멧은 당연히 쓰지 않았다. 별장 밖 도로에서 바로 엑셀을 당기며 최고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극한의 속도로 달리는 노년의 신사 표정은 어딘가 평화로워 보였다. 성공하겠다는 꿈 하나로 모든 것을 걸고 달려왔던 청년 김동한은 어딜 가나 늘 주목했고, 헤아릴 수 없는 성공 신화를 몸소 써왔다. 능력도 운도 참 좋았던 인생이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생각한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해안 길 굽은 도로 막다른 길에서 핸들을 틀지 않고 엑셀을 풀로 잡아당긴다.
동한은 마지막 생을 마감한 줄 알았지만 꿈에서 깨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실험에 참가시킨 금사원 박사를 추켜세운다. 어떻게 그렇게 실제로 인생을 산 것처럼 만들 수 있는지, IT기업 CEO 김동한으로 꽉 찬 60년을 살아왔는데 8시간 남짓 한 시간 꿈을 꾼 것이었다니, 실로 놀라운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인공 김동한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사람이었다. 보통 키에 안경을 쓰고 소심한 인상,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아온 인생,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그런 평범함, 꿈속에서는 성공한 인생이었지만 현실의 그는 단칸방에서 지내며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에게 어느 날 금사원 박사가 제안을 해왔다. 한 번의 꿈이 한 번의 삶인 프로그램을 뇌에 이식하여 체험하는 실험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쉽게 승낙하지 않은 실험을 동한은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응하기로 했다. 참가비가 탐이 나기도 했지만, 현재 생활보다 못한 인생은 없다는 생각에 체험해 볼 용기가 생긴 것이었다.
꿈에서는 꿈이라는 자각이 어렵지만 꿈에서 깨어난 기억은 현실에서도 생각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했던 삶이었지만 지난 체험은 뭐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바로 '온기'가 빠진 느낌이랄까? 꿈을 다 이뤘지만 도달한 것이 행복이 아닌 권태였다니 이번에는 온기를 체험할 수 있는 사랑 쪽을 꿈꾸길 바라며 다시 한번 꿈 체험을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자신의 이상형인 애니를 만나게 되며 새로운 꿈 체험 스토리가 시작된다.
자신이 경험한 체험을 박사에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효율이 높게 하기 위해 뇌에 칩을 이식하여 꿈을 실체화하며 체험하기로 한다. 능률적인 꿈 체험이 계속되며 꿈속의 애니와의 사랑이 무르익어 가지만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되고 체험이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꿈같은 실험의 완벽한 성공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아니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여 애니가 흑화 하며 동한의 목숨이 위태로울지, 사실 후자 쪽을 살짝 스포 하며 꿈과 현실 속 위태로운 줄다리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이었다.
한 번의 꿈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소재가 굉장히 기발했고, 실제 이런 실험의 제안이 나에게 온다면 나는 거절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봤다. 물론 호기심에 응할 것 같긴 한데 칩을 이식까진 안 할 것 같다는 소심한 결론을 내려봤다. 애니의 아름다운 모습 그리고 이상형을 꿈에서 만나 연애하는 체험, 정말이지 꿈만 같은 상상력이었다고 생각하며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며 만족스럽게 읽은 스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