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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하는 나날들 - 조현병에 맞서 마음의 현을 맞추는 어느 소설가의 기록
에즈메이 웨이준 왕 지음, 이유진 옮김 / 북트리거 / 2023년 2월
평점 :
정신과의 문턱이 조금은 낮아진것 같지만 그건 정신과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고 바라만 본 사람이 하는 소리일 수 있다는걸 책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작가님은 2001년에 양극성장애를 진단받았고 수년간 그에 관한 약을 먹었으나 별 차도가 없었고, 자신의 주치의에게 양극정장애보다 자신은 조현정동장애가 더 정확한 진단일것 같다는 생각을 넌즈시 흘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다른 주치의를 만나 8년만에 조현정동장애 양극형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현재 자신의 진단을 받아들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DSM-5(정신질환 진단 통계 메뉴얼)를 통해 그녀의 진단명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조현정동장애 양극형'은 기분장애와 조현병 증상이 겹쳐진 상태를 의미하고 여기서 양극형이기때문에 조증삽화가 발현 부분일 경우 적용되고, 주요 우울 삽화도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 책은 조현병을 진단 받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상 깊게 읽은 부분들을 살펴보자면 ,
사람들은 꼬리표가 붙는 생각에 진단 받기를 꺼려하지만 오히려 진단을 받으면 그런 상태가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본인에게 일어난 정신과적 증상이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일이자,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아니길 바란다는 말이 꽤나 슬프게 느껴졌다.
조현병은 비자발적 치료에 따라오는 자율성 상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병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따라오는 지위의 상실을 느낀 경험을 이야기 했는데, 맬컴 테이트 살인 사건의 예를 들며 조현병을 가진 사람의 사건에 대한 이해가 일반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면 평가는 어떠했을지 생각해보게 했던 이야기였다.
이외에도 예일대에서는 학칙을 핑계로 휴학하라는 통지를 내렸고, 자신의 질환은 학업 중단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들이 있음에도 예일대는 끝까지 그녀를 내쳤는데, 아무리 뛰어나도 정신과 환자라는 꼬리표가 붙어진다면 이렇게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 암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으로써 번식의 욕구는 인간적인 욕망이지만, 정신질환이 얼마나 힘든지 매일 겪어내고 있고, 그 질환이 유전될 수 있다는것을 알기에 자신의 욕심으로 함부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코타르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와 PTSD, 라임병까지 아직도 자신의 증상과 싸워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작가님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정신과 신체가 함께 아픈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상상 조차 힘들지만 그것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책 곳곳에 느껴졌었다.
작가님은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뛰어난 학습 능력이 눈에 띄었는데, 어린시절 부터 수학을 잘했고, 이후에도 누구나 이름 들으면 알만한 학교인 예일대와 스텐퍼드대에 진학을 하고 평균 학점이 3.99로 스탠퍼드를 졸업했으며, 스탠퍼드대의 한 뇌 영상 연구실에사 연구실 매니저와 연구원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소설 작가, 패션 관련 일을 할정도로 다방면에 유능한 인재임이 보여졌는데, 정신질환이 있어도 얼마든지 학업을 이어갈 수 있고, 질환보다 사람이 먼저일 수 있다는걸 환자의 언어로 이야기한 의미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정신질환이 있다는것만으로도 태어나지 못하고 태어나서도 사람취급 못받고 살아온 사람들을 많이 들었었다. 무지막대한 학대를 치료라고 당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자유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가둬져 살아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그녀의 언어로 이야기해줘서 참 고마웠다. 약으로 치료가능하고, 평생 치료하며 살아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공동생활이 가능하며, 외래를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많이 알려져 정신과 문턱이 낮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일반 동네 의원처럼 정신병원에 오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조현병이나 기분장애 환자들도 이해받는 세상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