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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평점 :
현재 의료 정책은 젊은 인구에 기대어 가까스로 평형이 맞춰진 상태라고 한다. 나름의 불만이 있더라도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상태로, 조만간 고장날것이 뻔한 불안정한 쳇바퀴를 보는것 같았다. 그런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현재의 장년층이 의료 서비스 주요 이용객이 될 때 쯤 지금 같은 의료 서비스는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것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이야기를 서두에 다루고 있었다. 억지로 잘 굴러가는 바퀴같은 지금의 현실을, 그리고 그 안에 속병처럼 깊어져가는 실제 이야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1장의 주제는 태움이었다.
여러 사회적 이슈가되어 일반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들어본 단어가 되었을수도 있는 그 단어, 원래의 뜻인 무언가를 불에 태우다는 뜻 일텐데 네이버에 태움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불에 타서 재가 될때까지 들볶는 악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왜 태움이 생겨났을까?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에서 무언가 지독히 싫어서 막무가내로 태우나 싶은데, 그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간호사의 업무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간호사 1명당 담당하는 환자수를 살펴보라고 한다. 종합병원의 병동 간호사 1명이 담당해야하는 환자수는 10.1명이지만 실제 나만하더라도 14~20명까지 본적이 있다. 밤근무일때는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는다. 이렇게 업무의 강도가 탁상에서 생각하는것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신규 간호사를 데리고 업무를 하다보면 보통일이 아니게 된다. 해결 가능한 방안으로 대체할 추가인력 배치를 하면 이 상황이 해결될 수 있겠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이 문제에 이렇게 해결책을 내세운걸 본적이 없다.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현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간호대 인원을 늘리는 일을 실제로 행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간호사가 부족하다.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말이 무언지 꽤나 공감갔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하면 더이상 발전이 없다는걸 뼈저리게 느꼈기에 이런 목소리가 필요하다는걸 다시한번 깨닫게 했던 주제였다.
이외에도 기피과와 진료보조인력인 PA에 관한 이야기도 꽤나 공감하며 읽었다.
의사들에게도 인기과와 기피과가 있는데, 우리의 생명과 깊은 연관이 있는건 그들에게 기피과라고 취급받는 과들이었다. 병원 역시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기업이기에 그들에게 손해를 보게하거나 이익보다 위험부담이 큰 과에는 투자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올것을 생각하면 법적인 제도의 변화가 절실하고, 그의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는 PA의 업무 범위들을 명확하게하고 법제화 하는것이 중요할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 처음 알게된 사실은 약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한국에서만 당연시하는 삼시 세끼 약 포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빨리 빨리라는 한국인 특유의 문화(?)를 위해 약의 보관이나 환자에게 복약 설명에 효과적인 통에 담아 주지 않고 한번에 복용만하면 되는 형식의 포장법으로 발달하게 되었다는것이 꽤나 충격이었다. 자신의 약에 대해 아는것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했던것이 약봉투 때문이었다니 왠지 좀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복약 설명에 따른 약사님들의 딜레마와 환자들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여러 부작용에 대한 인지적 문제에 대해 이것또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임을 알게 되었다.
지방 병원이 몰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바뀔 수 있는 수도권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이야기나 해외처럼 특정 지역에서 10년 근무를 조건제로 의사면허를 발급받자는 지역의사제도(지역정원 제도)에 대한 이야기, 의사들이 파업을하는 진짜 이유와 포괄수가제 혹은 행위별 수가제에 관한 정말 쉬운 비유들로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할 미래의 의료체계에 대해 생각해볼거리들을 많이 던져준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찾아 읽어본것은 작가의 이력이었다. 누가 썼길래 이렇게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잘 알고 썼나 싶었다. 역시 싶었던게 현직 약사이고 아버지는 병원 행정직이고 어머니는 대학병원 간호사이자, 여동생이 소아과 의사라고 했다. 어쩐지 이렇게 잘 알고 있구나 싶었다.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하기엔 꽤나 가까운 내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여러곳에서 막혀진 고름이 터져버리기전에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제도적으로 법제화하는 과정이 이제는 절실하다는걸 알 수 있었다. 모두의 마음에 꼭 맞는 상황은 힘들지라도 누군가가 피해보거나 누군가만 이득인 상황이 되는걸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다는 말에 공감하며 현재 의료 현실을 치우치지 않고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이 들어, 많은 사람들과 꼭 나눠 읽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