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늙은 어부와 아내 사이에 아들 셋이 있었지만, 다 죽고 몸이 가장 약한 큰아들 훈이만 살아남았다. 훈이는 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지고 한쪽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났다. 하지만 훈이는 몸집이 다부지고 혈색도 좋았고 성격이 온화하고 사려 깊었다. 훈이가 28살이 되었을 때 중매쟁이가 훈이의 어머니를 찾아왔고 그렇게 양진을 중매해 결혼은 성사되었다. 훈이와 양진은 조용히 살아갔으나 아이를 다 잃고 넷째인 선자만 그들 곁을 지키게 되었다. 훈은 딸에게 자신이 사랑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었고 그 행복은 선자가 열세살이 되던 겨울 훈이가 결핵으로 죽으며 깨져버렸다. 


하숙인들은 전 세계에 대공황이라는 것이 일어났다는 것을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신문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전하는 소식들이 현실 도처에 보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잠들었다 깨어나지 못하고 여자아이들은 국수 한 그릇에 순결을 팔았고 노인들은 젊은이들만이라도 끼니를 해결하라고 죽을 자리를 찾아 몰래 떠났다고 했다. 

이 시기 양진과 선자는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말이 좋아 하숙집이지 하숙인들의 하숙비로 식비와 난방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을 즘 죽은 훈이를 찾는 백이삭이라는 남자가 새로운 하숙인이 되었고, 이 시기 선자는 제주사람이자 오사카에 거주하는 중개상 고한수를 만나게 되고, 그를 경계하라는 미역 장수 아주머니의 말을 새겨듣지 못하고 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열일곱살 말갛기만 한 선자는 서른넷의 한수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다 아이를 갖게 되는데 알고 보니 한수는 이미 아내와 아이 셋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이미 사실을 알았을 때는 보는 눈이 많고 말이 많은 영도에 살수 없게 되고, 마침 하숙집 사정을 듣게 된 백이삭이 선자에게 청혼을 하고 선자는 이삭과 함께 영도를 떠나 오사카로 향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의 이야기였다. 4대에 걸친 이야기가 쏜살같이 지나갔고, 선자와 이삭, 이삭의 형인 요셉과 요셉의 아내 경희, 선자의 아이들인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한수가 중심이 되어 전개되고 있었다.


배고픔을 모르는 시기에 살고 있는 나는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낯설었다. 쌀 한 톨, 날짜 지난 빵 한 덩이가 귀한 시절의 의미를 굉장히 곱씹으며 읽었던 것 같다. 거기다 자신의 나라에 떳떳하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야 했던 시기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숨 막히도록 현실적이었다. 조선인이라는 종족이 따로 있는 것처럼 철저하게 차별받고 핍박받던 이야기가 주인공들의 삶에 녹아져있었는데 도망칠 수도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들이 얼마나 힘겹게 삶을 지속하고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가늠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없이 점점 힘겨워만 지는 1편에서 선자와 노아에 눈이 계속 갔다. 친아버지의 성향이 반대로 보이는 선자의 두 아이들이 커가면서 어떤 인물이 될지, 우리가 아는 일제 강점기에 살아가는 인물들이지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향으로 삶이 진행될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한수와 선자의 이야기는 어떻게 계속될 것인지 굉장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1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