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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아버지의 성폭력을 피해 집에서 가출한 예지.
예지가 겪게 되는 길에서의 일들은 너무나 잔혹해서 책을 읽어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소설에 묘사된 잔인한 일들보다 더 무서웠던 건 이런 말도 안 되게 비인간적인 일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나랑은 관계가 없을, 나는 겪을 일이 없을 일들이라서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일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기함할만한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는 이 일들이 사회의 그늘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N번방, 버닝썬 등등...
이 책의 주인공인 예지를 비롯한 주변인들 청, 사이판, 정화 등등의 아이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착한 아이들이 아니다. 착한 사람들도 아니다. 분명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들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사랑받고 자랐다면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나는 고등학생쯤부터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부유한 건 아니지만 내가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사줄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고, 또 그 두 분이 나를 사랑하시고 언제나 나를 믿고 지지해주신다는 것. 내 인생에서 어떠한 풍파가 와서 내가 좌절하고 무너질 때도 든든히 응원해주시고 버팀목이 되어주신다는 것이 얼마나 운이 좋은 일인가. 이런 부모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러한 부모님을 가지려고 특별한 노력을 해야 했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은 그저 항상 나를 사랑해주시니까. 반대로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도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좋은 집에서 사랑받고 자랐다면 거리를 떠돌며 잔혹한 일들을 경험할 필요도 없었겠지. 너무 사실적이어서 더 무섭고 소름 끼쳤던 소설이었다.
소설 내용도 인상 깊었지만, 이 책을 모두 다 읽고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구절은 사실 작가의 말에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인용하며 서평을 마무리하려 한다.
"가정으로 복귀하는 청소년이 그러지 못하는 청소년보다 의식 수준이 높거나 도덕성이 강하다고 보는 시각은 단언컨대 거짓에 가깝습니다. 제가 집으로 돌아간 이유는 계속 집밖에서 생활할 용기가 없고 두려워서였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 저를 찾으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찾는 시늉이라도 하는 가족 구성원이나 가출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는 선생님 혹은 관계자가 있는 친구는 집으로, 학교로 돌아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즉, 청소년의 의지가 복귀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닙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