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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 (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 ‘전아리’는 86년 생으로, 2002년부터 2005년 사이에 문학특기자 전형을 노리고 대학입시를 준비했던 학생이거나, 그 시기 각 대학에서 열린 백일장에 참가해 본 사람들 사이에선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의 ‘신’급인 백일장 천재, 문학천재로 불리는, 지금은 어엿한 작가가 된 그녀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 시기 문학을 꿈꾸던 소녀여서 그녀와 함께 백일장을 치른 적이 있고, 그녀가 상을 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질투심 반, 열등감 반으로 그녀의 문학적 성장을 마치 스토커처럼 추격하며 따라다녔고, 따라다니는 사이 어느새 전아리란 작가의 팬이 되어있었다. 그녀의 글이라면 어떤 글이 됐건 사서읽고, 얻어서 읽고, 빌려서 읽었다. 모조리 읽었다. 그녀에겐 분명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토록 성장할 수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그녀의 신작, ‘팬이야’ 역시 달달한 로맨스로 무장해 나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았다.
아이돌의 팬이 된 직장여성이란 컨셉만 보고서 ‘노팅힐’같은 스토리가 아닐까 대충 예상해봤는데,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한낱 연예인 나부랭이와의 로맨스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현대여성이 한번쯤은 꿈꿔봤음직한 알콩달콩 연애담을 담은 소설이었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혹시 짤리지나 않을까 하며 전전긍긍하며 팍팍하게 살아가는 여성, 김정운은 연애 경험이 있긴 하지만 모두 짝사랑이거나 불완전하게 끝나버렸기 때문에 결론적으론 한번도 제대로된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쑥맥이다. 이 연애쑥맥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벌어졌으니, 이벤트장에서 엉겁결에 이벤트에 참가하게 된 정운은, 이벤트 당첨선물로 인기 아이돌 가수 시리우스 멤버들의 포옹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포옹과 함께 시리우스의 팬이 되고, 그 중에서도 현우라는 멤버의 팬이 되어 팬클럽 가입은 물론이고, 방송국 스케쥴까지 그를 따라다니는 소녀팬이 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맹랑한 여고생 차주희와 알게 되는데, 차주희의 소개로 방송국 녹화현장에까지 난입하게 되는 정운. 결국 방송 스텝들에게 걸려 망신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주희의 사촌오빠이자 그 방송의 조연출을 맡고 있던 우연과 인연을 맺는데, 정운보다 나이가 적은 이 연하남 우연은 적극적으로 정운에게 들이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 방송의 피디인 형민과도 알게 되어 얼키고 설키는데, 이 형민이란 남자는 나쁜남자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시니컬하고 독설을 내뱉지만 가끔씩 다정한 면모를 보여 여자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정운은 시리우스 멤버 현우의 팬이 되어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이들과 끊임없이 부딪히게 되는데....
정운은 짝사랑의 고수였다. 대학선배를 좋아하고, 결혼을 해서 아내까지 있는 유부남이 곧 이혼할 거라며 자신을 잡아달라는 소리에 갈팡질팡하는 멍청한 짝사랑쟁이. 시리우스 현우의 팬이 된 것 또한 짝사랑의 조금 다른 방식일 뿐 결국 짝사랑인 것이다. 이 짝사랑만 하는 여자에게 연하남 우연은 사랑의 조언자가 되어주고, 나쁜남자 현우와의 진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스토리다. 이야기는 단순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운이란 여자의 심리를 따라가며 사랑을 느끼고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마치 내가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설렘을 준다. 이 능력 또한 작가 전아리의 능력일 것이다. 이렇게 오늘도 그녀의 재미난 이야기보따리에 홀려 정신을 팔고 앉아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