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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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작가님은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에 문학잡지를 통해서 읽게 된 ‘곰팡이꽃’이란 작품으로 알게 된 뒤, 팬이 되어 출판사로 ‘부디 작가님께 전해주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팬레터를 써보내기도 한, 나의 완소작가님이다.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생이 뭘 얼마나 안다고 하성란 작가님의 작품세계에 감명을 받고 팬까지 됐는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때 직접 친필로 보내주신 편지는 가보로 간직하려고 고이고이 보관중이다.)오랫동안 신작을 발표하지 않으셔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걱정도 했었는데 이번에 신작 ‘A'가 나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비밀 가득한 집단의 이야기라니... ’A'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이 작품을 읽게 하는 중요한 핵이다.

책 소개 글에 의하면 이 작품은 ‘오대양 사건’을 소재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했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우선 금시초문인 ‘오대양 사건’부터 알아봐야 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짧은 시간 내에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1987년, 8월 29일에 일어난 사건으로(내 나이 3살 때 일어난 사건이니 금시초문일만도 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해 있던 주식회사 ‘오대양’ 공예품 공장의 식당 천장에서 32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숨진 사람들은 ‘오대양’의 대표 박순자와 가족, 종업원 등을 포함한 신도들로, 박순자는 종말론을 주장한 사이비 교주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순자는 자신을 따르던 신도들과 그의 가족들을 집단 시설에 가둬둔 뒤 신도들로부터 1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사채로 빌렸으며, 이후 3명의 신도를 살해하고 자신의 범행과 조직의 전모가 밝혀질 것을 염려해 집단 자살극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밖에 세세한 사건의 전모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그대로 모티브를 따온 소설 'A' 역시 비밀과 의문으로 가득해, 긴장감 속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시멘트 공장과 서울의 공예공장을 기반으로 ‘신신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여성은 집단 내에서 ‘어머니’로 불린다. 그러던 어느날, 쓰레기 시멘트 파동과, 무리한 공장확장으로 신신상회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는데, 공장 다락방에서‘어머니’를 포함한 24명의 사람들이 시체로 발견된다. ‘어머니’를 따르던 7명의 젊은 여자들 또한 죽었는데, 그 여자들이 낳은 자녀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다시 모인다. 소설의 서술자인 ‘나’ 역시 살아남았는데, ‘나’는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살 수 있었던 듯하다.

3년이 지난 후, 이 살아남은 자녀들이 모여 시멘트 공장에 모이고 시멘트공장을 예정처럼 되살리기 위해 힘을 합친다. 그리고 이 자녀들 중 한 명을 제외한 6명의 아이들은 모두 여자였는데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어머니와 똑같은 삶의 방식으로 살고자 한다.

한편, 남자연예인들이 ‘A’라는 발신인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데, 이를 추적하던 연예부기자 최영주는 ‘신신상회’사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 ‘A'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런 단서도 없다. 주홍색으로 인쇄된 이 ‘A’는 소설 ‘주홍글자’에서와 같이 ‘간통’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끝까지 이 책을 읽어가다보면 마지막에 가서는 허탈해질지도 모른다. 작가는 끝까지 이를 밝혀내거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오대양 사건’과 마찬가지로 의문과 추측만 무성하게 남겨놓은 채 작품은 끝이 나버린다. 이 작품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비밀’, 그들만이 알고 있는 ‘그 무엇’.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세헤라자데의 이야기에 취해 그녀를 죽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갈구했던 왕처럼, 우리는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비밀에 대한 목마름과 갈증으로, 이 작품을 오래도록 소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성란 작가님, '성란라자데'는 이번에도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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