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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ㅣ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개인적으로 성인이 된지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청소년문학’이란 장르 속에서 발간되는 책들을 종종 찾아서 읽곤 한다. 청소년 문학이라 해봐야 기존 소설들과 그다지 다를 게 있을까 싶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청소년들이 성장을 하면서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런 가치관이 담긴 소설이라면 충분히 청소년 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생각에 비춰봤을 때, 이 소설, <우아한 거짓말>은 아주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꼭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하는 가치관이 아주 진하게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소설 속 주인공 ‘천지’가 죽으면서 시작된다. 책의 첫장에서부터 ‘천지가 죽었다’란 문구 때문에 사람이름인 줄 모르고 세상이 멸망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공상과학 재난소설이 아닌가 오해를 하기도 했는데, ‘천지’는 여중생이었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도 있는 여중생 천지는, 알고보면 구구절절한 가정사를 간직한 아이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여의고, 엄마와 언니 ‘만지’, 그리고 ‘천지’까지 세 명이서 집값에 쫓겨 심심하면 이사를 다니는 가족이었다. 불우하다면 불우한 집의 딸이 ‘천지’였다. 하지만 책 속에서 천지네 가족들의 생활 모습이나 대화내용들을 몰래 지켜 보다보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온다. 특히 천지 엄마는... 이 책을 읽고 난 후로 나는 천지엄마의 팬이 되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착하며 얌전한 천지는 부모 걱정 한번 시키지 않는 딸이었는데 자살을 한다. 그리고 그 이유들이 책장을 넘겨가면 자연스럽게 왜 천지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천천히 우리들 가슴에 그 상처의 이유가 스며들어 온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천지의 친구, ‘화연’이란 아이. 하지만 꼭 화연 때문만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천지의 또다른 친구였던 미라와 미라의 언니 미란, 천지가 도서관에 갈때마다 만났던 ‘오대오’아저씨까지.... 그밖에도 미라, 미란 자매의 아버지, 초짜 신입 선생님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천지를 죽음으로 몰아가게 했다. 물론 어른이 아닌 중학생이기에, 천지가 딱 중학생의 감정과 감수성을 지녔기 때문에, 받았던 상처고, 그 상처는 천지를 죽음이 이르게 할만큼 아픈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중학생 때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한 시기도 없는 듯하다. 나 역시 돌아보면 고등학교 때보다는 중학생 때 참 많은 고민들을 했었다. 고등학교는 이미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공부만 할 때라 사고하는 것도 거의 어른에 맞닿아 있지만, 중학생 때는 그렇지 않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은 갑자기 공부라는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림과 동시에 자신과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무조건 배척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어른도, 공부만 죽어라 해야되는 학생도 아닌 것이, 그야말로 어정쩡한 단계가 바로 중학생이다. 그리고 이때의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자기합리화를 시키고, 나쁜 짓을 하더라도 자기에겐 다 이유가 있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는 위험을 저지른다. 내 어린 날도 그랬으니 말이다.
이 책은 그때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했던, 우아한 거짓말들의 부끄러운 진실을 낱낱이 까발리고 직설적인 말로 바로잡아 주는 그런 작품이다. 아픈 성장통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