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베일'이라고 하면 무언가 신비스러운 이미지에, 감추어져 있는 어떤 것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그 느낌 그대로다. 중편소설 두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두가지 이야기 모두 금기시 되는 어떤 행동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을 스토리라인으로 삼고 있다. 그 중 <천제요호>라는 제목의 첫번째 챕터 이야기는 마치 '미녀와 야수'의 새드엔딩 버젼을 보는 듯 하다. 어렸을 적 병약한 체질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소년 야기는 방에서 혼자 귀신을 부르는 놀이, 우리나라에선 '분신사바'로 불리는 놀이, '코쿠리 상'을 하게 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롭고 고독했던 소년은 이 놀이를 통해 만나게 된 영혼과 친구가 되고, 예언의 능력을 가진 이 영혼에게 자신이 죽게 될 날짜를 듣게 된 후부터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 두려움에 이기지 못한 소년은 영혼에게 자신이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묻고, 영혼은 소년의 몸을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그러면 영원히 살수 있게 해주겠노라 약속하고 말이다. 결국 자신의 몸을 영혼에게 팔아버리는 소년. 그 뒤로 소년은 자신의 몸 가운데 어딘가 상처가 나 다치게 되면 새살이 돋는 대신 쇠나 강철이 돋아나 서서히 괴물로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상처난 부위를 붕대로 칭칭 감다보니 거의 미라의 모습을 하게 된 소년은 집을 나와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걷고 걷다가 우연히 한 동네에서 '쿄코'라는 이름의 소녀에게 발견된 소년은 그 소녀의 집에 거주를 하기에 이른다. 소녀의 진심어린 마음 덕분에 이제 겨우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야기. 하지만 동네의 양아치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게 된 야기는 잠재되어 있던, 아니 영혼의 저주로 인해 온 몸 뿐만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악마로 변해버린 자신의 본성을 발견한다. 급기야 그 양아치를 죽음에 몰아넣는 야기. 야기는 더이상 쿄코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쿄코에게 편지를 남겨둔 채 다시 떠나게 된다. 그야말로 미녀와 야수의 안타까운 새드엔딩이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A MASKED BALL-그리고 화장실의 담배씨 나타났다 사라지다.>란 제목의 이야기였는데 어수선한 제목만큼이나 이야기도 어수선한 분위기라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대략의 이야기를 살펴보자면 학교에서 몰래 담배를 위해 비밀장소를 찾던 한 남학생이 어느 화장실 한 칸을 정해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데, 담배를 피우던 남학생은 화장실 타일 벽에 낙서하지 말라고 낙서된 하나의 낙서를 발견하고, 그 낙서 아래에 이 또한 낙서가 아니냐고 지적하는 내용의 낙서를 하게 된다. 그 후 다시 그 화장실을 찾은 남학생은 자신의 낙서 아래 또다시 답변하는 내용의 낙서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그 익명의 낙서가들과의 낙서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익명의 낙서가의 낙서 내용에 따라 학교에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단순히 재수없는 선생님 차를 망가뜨려버리겠다는 예고장에서 시작된 그 낙서의 내용은 담배를 피우는 남학생이 알고 있는 한 여학생을 해칠 거라는 예언으로 인해 심상치 않은 사건이 벌어질 것임을, 남학생은 깨닫게 되고, 그 예언 낙서의 장본인을 찾고자, 해를 당할거라는 여학생을 지키고자 그 낙서의 장본인을 유인하여 붙잡아내기로 계획을 짜기에 이른다. 이 이야기의 끝이 약간 모호한 감이 있어 다소 머리가 나쁠뿐더러 작품을 꼼꼼히 읽지 않은 나로서는 결말이 쉽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설명 좀 해주세요~ㅋㅋ)

두 이야기 모두 신비스러운 느낌에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매력이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 '오츠이치'라는 작가의 글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나는,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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