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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초대
윤미솔 지음 / 떠도는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윤미솔의 <첫번째 초대>를 통해 잔잔하게 토닥이는 마음의 위로를 받은 뒤 얼마 후, <두번째 초대>의 출간 소식을 듣게 됐다. 힘든 삶속에서 윤미솔의 첫 번째 다독임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는데, 두 번째 다독임을 또다시 찾은 이유는 아마도 친한 친구나 친한 언니를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느낌과 같은 ‘끌림’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찾은 <두번째 초대>라는 책은 오래도록 알고 지내온 연인처럼 친근하게 장난을 걸어오며 내 마음을 또 한번 들었다 놨다.
사람을 만났을 때 대인기피증 증세를 보이거나 티가 나게 낯을 가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예의를 차리며 일정거리 이상의 선을 넘지 않는 나는, 이런 나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왜 나에게 사람들은 거리감을 두는 것일까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당신은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함께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다가, 그가 전화를 끊는 순간 공중전화기에서 동전이 튀어나왔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은가? 작가의 선배는 이상한 눈으로 작가를 쳐다보았다고 한다. 맞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기 싫어 전화하는 척 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 섬뜩했던 것은, 나 자신도 만약 그런 장면을 보았다면 그 선배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나는 사람과 또 사람을 만날 때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믿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전화 고장났나보네, 너 돈 벌었다야.‘ 할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수화기를 들고 혼자 쇼를 하다니, 하는 표정으로 저를 노려보다 사라진 선배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 이 구절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솟았다. 마음이 아파요..라는 말이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었을까? 정확히 어떤 감정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누구든 믿고 봐야지..싶은 확신은 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한번 속으면 또 뭐가 어떻나 싶다.
신기한 것은 이 에피소드는 이 <두번째 초대>란 책에서 작자의 인사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본문은 얼마나 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겠는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본문에서는 동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의 영혼에 대해, 정말로 절실히 원하고 기도하면 그 기운으로 바라던 것이 이루어진다는 거짓말 같은 진실에 대해, 우리의 무의식, 꿈에 대해,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등등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가슴 아파 해봤을 문제들을 가지고 다정다감하게 조언을 해준다. 이 윤미솔의 따듯한 다독거림은 중독이다. 네 번째 초대란 책이 또 출간된다면, 나는 금단증상을 일으키며 또 다시 그 초대에 응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