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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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한참 문학에 빠져 감상에 젖어 있을 무렵, 문학잡지를 한권 구독하여 읽은 적이 있다. 지금은 폐간이 되어 없는 듯 하지만 "BESTSELLER"라고 하는 이름의, 여타 문학서처럼 비교적 딱딱하지 않은, 사진과 삽화들이 많이 곁들여진 문학잡지로 당시 조금 개방적이다 하는 작가들이 글을 연재하고 자신의 생각들을 잡지에 실을 것을 허락해주었었는데, 거기 작가 이외수도 속해있었다. 그리고 이외수가 담당한 챕터가 무엇이었는고 하니, 독자들의 고민거리를 받아 고민상담을 해주는 식으로 에세이를 써주고 거기 이외수가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직접 그린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 그 고민이  당첨된 독자에게 우편으로 보내주는 형식이었다. 거기 내 고민상담이 선택되어 실린 적이 있었는데 (물론 이외수님이 직접 그려주신 그림엽서도 받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그 글이 이 책에 실린 '장애로 고통받는 그대에게'란 글이다. 책을 읽다가 그 글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BESTSELLER 잡지책을 뒤적거려봤는데 워낙 오래된 일이라 그 글이 실린 잡지책이 어디에 있는지, 그 글이 실린 부분을 따로 떼어서 다른 곳에 보관을 해둔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 글을 쓰고 이외수님 홈피에 들러 글을 한번 남겨봐야겠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니...)

암튼 그 장애로 고통받는 그대가 바로 '나'이고,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딱, 그! "청춘"을 살고 있는 중이다. 그 누가 청춘을 아름답다고 한 건지, 정말 힘들어 죽을 맛인 요즘이다. 어렸을 적 한참 공부하던 나이에, 어른들이 날 보며 그렇게 공부 할때가 가장 편할 때다.. 하곤 말씀하시곤 했는데, 그땐 정말 무슨 저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나 했었다. 오르지 않는 성적에 무척이나 속상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나고보니.. 대학교 4학년, 4학점을 남겨두고.. 뭔가 정확히 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면 졸업을 하려고 휴학을 한 상태인 이제와 생각해보니 비로소 그 말이 얼마나 정확했던 말인지를 알 것 같다. 정말 공부만 하면 되는 그때가 가장 편했다. 이건 뭐... 내가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건지도 막막하고, 꿈이라고 여기며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는 이것은 정말 나한테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다른 곳을 보고 나를 좋아하는 그 사람은 내가 싫다. 엄마, 아빠는 점점 연로해 가시고 이외수님의 말처럼 '장애로 고통받는 나'는 부모님없이 누구에게 빌붙어 살아야 하는건지, 제대로 혼자 살수는 있을지.... 공부만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세상도 열심히만 살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당최 통하긴 통하는 것인지. 사회에 나가면 만나는 저 사람들은 나를 정말로 같은 편이라 여기는 건지, 언제 어디서 배신을 때릴 것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라고는 없는 청춘이다. 도대체 몇가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나이인가 말이다.

이렇게 세상에 찌든 청춘에게 이외수는 이 책을 통해 자그마한 위로, 처방전을 제시해준다. 나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서부터, 부모를 증오하고, 떠나간 사랑에 힘겨워하고, 왕따, 백수, 나쁜놈, 나쁜놈에게 당한 착한 놈,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 희망이 없다고 좌절한 사람, 못생긴 사람, 열등감에 사로 잡힌 사람,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돈을 못버는 사람, 종교로 갈등하는 사람, 장애로 고통받는 사람, 자살하고 싶은 사람, 시험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각각에 맞는 처방전을 위트와 삶의 철학이 담긴 진지한 어투로 지어주고 있다. 위에 나열한 사람들은 모두 청춘이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들이다. 이를 세상을 먼저 산 이외수, 작가로서를 떠나 같은 인간으로서 충고와 조언을 해준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이 많은 고민거리들이 당장 해결되거나 하진 않으리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독한 감기에 조금이나마 기침을 멎게 해주고 퉁퉁부은 목구멍을 진정시켜주는 약처럼, 이 책은 우리를, 청춘을 토닥토닥 다독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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