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랑법 - 인간의 사랑법에 지친 당신에게
이동현 지음 / 오푸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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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학급문고에서 꺼내본 ‘고학년을 위한 만화 그리스 신화’를 통해서였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신은 나르시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나의 기억 속에 박힌 ‘신’이란 존재들은 무모하기 짝이 없고, 어처구니없으며, 황당한 인물들의 군상이다.

그런 캐릭터들의 사랑법이라는 직접적인 제목의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난잡할 것임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이렇게까지 난잡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보면 여러 가지 자신의 체면이나 사회적 페르소나에 갇혀 숨기고 있을 뿐, 그 모습들이 우리 인간들의 숨겨진 본성일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가운데서도 인간들의 가장 근본적인 욕망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이란 감정에 빠지게 될 때면 인간들은 너도나도 유치해지기 마련이다. 유치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체면과 가식을 벗어버리고 동물적(?)으로 솔직해진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너무나도 본능에 충실한, 우리들의 진짜 모습을 까발리는 책이다.

수많은 신들의 사랑, 그들의 치정의 출발을 이 책에서는 제우스로부터 잡아간다. 제우스는 그야말로 천하의 바람둥이다. 처녀, 유부녀는 물론, 동성, 여동생, 누이까지... 그에게 모든 여자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다. 원하는 대상과 관계를 맺기 위해 반인반수로의 변신은 기본이고, 완벽한 짐승으로도 변신한다. 그 중에서도 감옥에 갇힌 여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빗물로 변신해서 그 여인의 사타구니로 흘러들어갔다는 내용에서는 세상에, 이럴수도 있구나 싶어 까무러칠 정도였다.

이 지독한 바람둥이를 남편으로 맞아들인 여신이 있었으니 바로 헤라다. 화장품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이 여신은 제우스의 아내로서 가히 여신 중의 여신이라 할만하다. 바람둥이인 제우스를 붙잡아 두기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자꾸만 빠져나가는 남자를 위해 제우스와 관계를 맺은 여인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암소로 변신한 제우스의 내연녀를 알면서도 잡아 가둬두어 제우스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한다. 마치 억척스러운 한국 아줌마를 보는 듯하다.

이 외에도 여자 제우스라고 할 수 있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솔로몬, 삼손 등등 수많은 신들의 사랑과 불륜, 근친상간을 넘나드는 연애스토리가 펼쳐지는데, 그 모두가 우리 인간들의 군상을 닮아있다. 꽃남들에 열광하고 막장드라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리들의 뒤통수를 화끈하게 때려주는 신들의 욕망 일대기가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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