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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 ㅣ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불교판타지소설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인드라의 그물'이 뭔고 하니 작품의 끝부분에도 약간 소개가 되고 있지만, 불교에 흡수된 힌두신 중의 하나로, 수미산에 있는 인드라의궁전 위에 거대한 그물이 걸려있는데 그 그물코 하나하나에 구슬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한다. 그 구슬들은 거기 매달린 다른 모든 구슬들의 모습을 서로 비추어 한 구슬의 빛이 바뀌면 다른 구슬의 모습도 바뀐다. 때문에 인드라의 그물은 불가에서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제목이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형제 자매로 얽혀져 환생하고 또 환생하면서도 서로의 행복을 빌면서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이야기가, 아주 스펙터클하고도 장황한 영웅담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우선 '교'라는 이름의 수백년을 살았지만 20대의 아름다운 몸과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신(?)과, 그 여신이 만들어낸 화신, 시녀와 같은 개념의 '여의'라는 여자가 등장한다. 이들이 산책을 갔다가 오는 길에 버려진 아이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그냥 버려두고 올수가 없기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데리고 오는 와중에 건장한 성인 남자로 성장을 해버린다. 여인들의 기가 아이에게 통하여 성장호르몬을 촉진시킨 것이다.(그야말로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처치곤란의 이 아이, 아니 청년을 교는 자신이 만들어낸 화신으로 속여 데리고 있기로 한다. 그렇게 청년은 '하얀 말'이란 뜻의 칼키라는 이름으로 교와 여의에 손에서 길러지게 된다.
칼키가 각종 무술과 불경 등을 배우고 수련해 가는 가운데, 경전을 지키는 교는 경전들이 어디로 갔는지 도통 알수가 없다. 이 사실을 위의 신들이 알게 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 전전긍긍 하고 있는 교와 여의다. 그리고 일정한 주기로 교의 몸이 아프곤 했는데 그 주기가 하루가 다르게 짧아진다. 어느 날 밤, 교는 여의 모르게 칼키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칼키에게 자신 역시 칼키처럼 본래 인간의 몸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즈음 교가 경전들을 잃어버린 사실을 눈치챈 아수라들이 교를 잡으러 온다. 여의가 필사적으로 교를 지키려 하지만 결국 교는 아수라들에 의해 잡혀가고 만다. 여인의 몸으로 아수라와 맞서 싸울 힘도 없고 어찌할 바 모르고 있는 여의에게 칼키는 자신이 교를 구해오겠다고 한다. 그동안 수련하면서 배운 무술로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칼키의 험난하고도 다채로운 모험담이 펼쳐진다.
인터넷 모뎀을 살아있는 생물체로 설정하여 먹이를 줘야하는 애완동물로 여긴다던지, 남자주인공 칼키가 여신 중의 여신 관세음보살의 눈에 들어 첫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 부모이자 스승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던 교가 알고보니 칼키 전생에 아내였다든지 하는 설정이 인터넷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 나이 또한 젊지 않을까.. 하며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겨 작가소개를 봤더니, 역시나 1985년생으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이상적인 여성상에 대한 환상이 가득한, 그리고 불교적인 문화와 정신을 작품 속에 십분 녹여낸, 환상적인 모험담이 이 책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