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초대
윤미솔 지음, 장성은 그림 / 떠도는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나약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힘들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만 다들 참아내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인에게 공통된 이야기다. 그럼에도 자살율 높은 나라 한국. 우리들은 도대체 무엇이 그다지도 참지 못할 일이었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편을 선택하는 것일까? 최근 들어 유니,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장자연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소식에 일반 사람들 역시 헛헛함을 감추기 어렵다. 겉보기에 너무나도 화려하고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그들도 보이지 않는 내면은 그만큼 힘들었다는 말이 된다.

개인적인 말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뇌성마비 1급의 장애를 가진 여성이다. 본인은 세상을 살며 힘들지 않을까. 밝고 낙천적인 성격 탓에 항상 행복하다는 가면을 쓰고 애쓰며 살아가지만 사실 힘든건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을만큼 힘들다. 혼자서는 화장실에서 용변 한번 볼 수 없어 누군가가 없으면 참고 참다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러서는 바지에 실수를 해야하는 처지...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옷 한벌 스스로 입을 수 없는 처지가 바로 필자다. 이십대 중반, 한창 예쁘게 꾸미고 싶고, 이성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 아가씨가 이러한 처지라면 그 정신은 온전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굳건한 정신력이 없다면 진작에 삐딱선을 타고 부모 눈에서 피눈물이나 나게 만드는 악담을 쏟아내는 비관론자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 지금 내게 주어진 세상, 주어진 모든 것에, 나에게 감사합니다... 하는 말을 주문처럼 외고 다녀 비교적 성공적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대학을 졸업을 앞두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불명확함 때문에 너무나 마음이 추웠었다. 그리고 그 때, 이 책 "첫번째 초대"를 만났다.

내가 잘 찾지 못해서인지 이 책의 저자 윤미솔씨의 정보를 하나도 알지 못했다. 책은 다 읽었지만 대체 이런 논리를 펼치는 작자는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하나의 좋은 전략이지 싶다. 조금이라도 작가에 대한 정보가 있었으면 나는 분명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가 뭘 안다고....', '자기나 잘 할 일이지..', ' 좋은 집에서 태어나 배부른 소리 하고 있구만..'하고 말이다.

윤미솔은 (이름으로 짐작컨데 여자라고 치고) 편안한 옆집 언니같이 우리에게 이 책을 통해 충고를 해주고 있다. 딱딱하게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곤조곤 우리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타이르고 있다. 신에게서 떨어져나온 우리의 존재의 귀중함을 설명하며 스스로를 아끼라고 말한다. 명상에 대해, 유체이탈에 대해, 운명에 대해, 미움에 대해, 실연에 대해, 돈에 대해, 자살에 대해, 그리고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며, 행복하고 괴로운건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요점을, 잔소리가 아닌 따뜻한 충고처럼 속삭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실컷 울고 났을 때 누군가 내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는 듯한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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