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니걸스
최은미 지음 / 디오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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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전, 색안경을 쓴 고정관념이 몇가지 있었다. 우선 심리상담을 토대로 꾸려진 연애소설... 이 소개글만 보고는 조금은 따분한 책일 거라는 예상을 했다. 심층적인, 예를 들어 따분하기 이를데없는 프로이트와 칼 구스타프 융을 상상했던 것이다. 책이 도착하고 나서 책의 앞표지 뒷표지를 둘러보고는 또 한번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

최은미의 '연애소설'이란 타이틀이 여고생들이나 읽는 핑크빛로맨스 가득한 달달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호니걸스라는 뜻이 '발정난 처녀'정도 될까? 하는 문구에, 약간은 삼류적인 냄새를 느끼게 했으며, 뒷표지에 쓰인 소개글이 가장 압권이었는데 '다섯남자와의 섹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는 한 여자의 이야기' 대충 이런식의 글귀가 바로 그것이었는데,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미친 나는, 아예 책장을 덮어버릴 생각까지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참고 책의 저자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대체 누군가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왠걸!! 이화여대법학과라는 명문대 명문학과 출신의 최은미는 고시공부를 때려치우고, 심리학을 공부하겠다고 했으며, 그것을 토대로 이번엔 소설을 써보겠다해서 내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던 것이다.

똑똑한 머리로 소위 잘나가는 탄탄대로인 변호사, 검사의 길이 있었음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욕망을 끊임없이 선택하고 전진하는 작가의 프로필에서 나는 이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이 당찬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면 그녀의 생각이 담긴 이 책을 읽고 스토리면에서는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사고방식만큼은 배울 수 있겠다 싶은 예감 때문이었다.

나의 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은 얼마전 방영됐던 드라마 '달콤한 나의도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다. 지정인이란 여자주인공의 삶을 중심으로 그녀의 친구 라니, 재순의 잡다한 수다에서부터 그녀들의 일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녹아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현대여성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멋있는 여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 정인의 고모 지박사와. 신부, 의사 등등의 조연들이 등장한다.

정인은 다소 프리한 연애생활을 하고 있다. 한 남자에게 목을 매는 재순은 이런 정인의 행동을 비아냥거리지만 정인은 정인대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라며 제접 구체적인 이유로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정인의 남자들 중에서 괄목할만한 두 남자가 있다. 정인의 동거남 상칠이와, 어느 날 정인이 잃어버렸던 지갑을 찾아준 택시기사가 건네준 공연티켓으로 공연을 보러갔다가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던 락가수가 발 그들이다.

결말부분에서 밝혀지는 것은 정인에게 트라우마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책을 읽는 재미가 될테니, 아직 읽지 않으신분은 읽지마시길...)정인이 다섯명의 남자, 그들 중에서도 락가수와 상칠에게 사랑을 느낄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정인은 정인의 쌍둥이 남매였던 인후와 가족애를 넘어서 우정의 감정, 그 감정을 넘어서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버리게 되었다. 정인과 인후는 서로의 감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없기에 감정을 숨기며 지냈는데 인후가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노라 정인에게 소개시켜주는 날, 정인의 감정은 폭발하고, 이를 안 인후는 그 여자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만다. 이 때문에 여자는 정인에게 두분이서 행복하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한다. 정인은 이로인한 충격에 휩싸여 인후에게 "너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어"라고 모진 말을 한다. 그리고 인후는 정인의 말을 실천이라도 하는듯 정말로 죽고만다.

이 충격의 트라우마는 그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던 락가수와 사랑에 빠지게 했고, 인후의 대리적인 인물로 정인의 환상 속에서 만들어진 가상인물이 바로 상칠이었다. 때문에 상칠이와 정인은 결코 육체적인 관계를 밀어냈던 것이다.

다소 극단적이고 자극적일수도 있는 이 스토리를 작가는 아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책에서도 알랭드보통의 도움을 받았노라 얘기하고 있지만, 정말이지 최은미의 사랑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심리분석은 알랭드보통과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하며 수준이 있다.

부디 이 책의 겉문구에 오해하는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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