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20世紀의 사상을 찾아서 - T.W.아도르노

아도르노, 이성의 자각을 위해…
"도구적 이성이 서구문명 타락시켰다"…분야 국한 않은 비판이론 .

테오도르 W. 아도르노(Adorno, Theodor Wiesengrund, 1903.9.11~1969.8.6))

이 시대의 서양 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자들 가운데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철학자로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를 떠올리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 듯싶다. 하버마스가 세계 최고의 철학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세계적 지위에서 유래한다.

비판 이론을 20세기 서구의 주요 사상으로 끌어올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제1세대 이론가들 중에서도 이론의 깊이와 학문적 업적면에서 가장 탁월한 이론가는 단연코 아도르노였다. 하버마스의 명성은 아도르노가 남기고 간 '이성의 자기자각'이라는 개념을 의사소통적 합리성으로 발전시킨데 근거한다.

아도르노 사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핵심 개념은 '도구적 이성'이다. 나치가 들어서기 이전인 1931년, 28세의 젊은 나이였던 그는 교수 자격을 따낸 뒤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철학의 현재적 중요성'이란 강연을 통해 칸트이래 서양 관념철학의 전통에서 사고가 사물을 사물 자체로 대하지 않고 사고의 총체성에 종속시키고 있음을 비판했다. 대상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대하는 것을 가리키는 도구적 이성이라는 개념의 단초는 아도르노 사상의 초기 단계에서 이미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이론을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를 경험한 산물로 일방적으로 환원하려는 견해는 옳지않다. 다만 사고의 폭력성에 대한 그의 시각이 나치즘 등을 경험한 후 더욱 급진적 방향으로 전개되었다고 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아도르노는 도구적 이성이 원시 제전의 미메시스적 행동, 오딧세우스의 자기 보존적 전략들, 올림피아 제신들이 행하는 지배권력, 근세이래 형식논리의 발달, 시민사회의 경제적 합리성 등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모든 대상을 사고에 종속시키는 동일화 사고로까지 부정적으로 진보하였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이 바로 서구 문명의 타락사이며 그 정점에는 나치즘-스탈린주의-동구권 사회주의가 자리잡는다. 그는 1960년대 말 서구의 풍요사회도 도구성의 총체적 매개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도구적 이성은 사회를 사회에 의한 개인의 총체적 지배를 가능하게하는 불의의 연관관계로 만든다. 인간이 자연의 절대적 위력으로부터 자신을 보존하기 위한 첫 시도인 원시제전에서 사회가 출발한 것으로 본 아도르노에게는 사회가 조직된다는 것 자체가 개인이 사회에 강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자기 보존이라는 강제적 필연성에서 출발한 사회는 따라서 개인을 목적으로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취급한다. 사회는 이미 그 출발점에서부터 개인에게 부자유한 노동과 희생을 강요하며 자기 주체의 포기를 요구하는 속성을 지니는 것이다. 시민사회 발달과 더불어 이윤 추구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적 경제 원리가 사회 구성의 주도적 원리로 등장하면서 사회는 개인을 교환의 대상으로 관리하기에 이른다. 교환 합리성은 아도르노 사회 이론의 핵심적 개념이며, 교환 원리가 총체적으로 작동되는 사회를 그는 잘 알려진 대로 '관리된 세계'라고 명명하였다.

예술에 대한 아도르노의 관심도 진정한 예술 작품에서는 도구적 이성이 비판되고 있음에 착안한 것에서 유래한다. 원시 제전이래 삶의 실제에 직접적으로 매개되어 있으면서도 그러한 실제로부터 거리를 두 면서 실제를 비판한 역사를 갖고 있는 예술은 도구적 이성이 저지른 타락에 대한 증언이자 비판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사회에 대한 사회적인 반테제'이다. 보편 사상으로서 아도르노 사상은 크게 보아 역사철학, 인식론, 사회이론, 미학, 문학이론, 음악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특정 분야에 대한 특정 이론이 그 분야에만 국한되어 구성된 것이 아니고 다른 분야와 상호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계를 형성하는 공통분모는 '비판'이다. 그의 미학은 철학이자 사회 이론이다. 비판이 지향하는 바는 도구적 이성의 자기자각이며, 자기자각은 화해로 이어진다. 화해는 서로 상이한 것들이 평화롭게 함께 존재하는 상태이며 화해상태에서는 대상이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문병호· 광주여대교수 ·서양철학). 
▲1954년생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학사-석사,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철학박사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강사 ▲현재 광주여대 문화정보학과 교수 ▲저서 '아도르노의 사회이론과 예술이론'(1993), '서정시와 문명비판'(1995), 역서 '계몽의 변증법'(근간) 등.

[아도르노] 음악등 다방면 재능…`계몽의 변증법' 유명

테오도르 아도르노(1903∼1969)는 20세기 사상가 중에서 가장 음악에 밝은 인물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성악가였던 덕분에 어린 시절 일찍이 소리의 세계를 깨우쳤다.

아도르노는 1920년대 초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음악학도 파고들었다. 훗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에도 작곡과 피아노 연주 수업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청년시절부터 음악 평론을 썼고, 12음계 기법을 창시한 현대음악가 쇤베르크를 일생동안 존경했다. 아도르노는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 미술에 대한 소양도 깊었다. 대학시절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 중에서 루카치의 문예 이론서 '소설의 이론'을 꼽을 정도였다. 그만큼 아도르노 사상에서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달랐다. 그는 생전에 '신음악의 철학'을 펴냈고, 사후엔 '예술이론'도 나왔다. 소설가 토마스 만은 "음악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아도르노보다 더 잘 청중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도르노는 1938년 미국으로 이주, 상업주의와 대중문화가 만개한 그곳에서 '문화산업론'을 구상했다. 자본주의 문화산업이 내포한 대중기만이란 정치적 의미를 냉엄하게 지적한 그의 비판은 어린시절부터 몸에 익힌 고급예술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학자로서 아도르노의 명성은 프랑크푸르트학파 동료였던 호르크 하이머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으로 더 높아졌다. 이 책은 나치즘을 통해 타락한 몰골을 드러낸 서구의 이성과 문명을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비판한 20세기의 명저이다. 아도르노는 50년대에 다시 독일로 돌아간 뒤 프랑크푸르트대학 교수로 강의하면서 '부정 변증법' 출간 등 왕성한 저작 활동을 펼쳤다. 또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도 출연, 자신의 비판 철학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는 '68혁명'이라고 하는 60년대 말 서구학생 운동의 폭력 사용을 비판하면서 학생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과 심한 논쟁으로 골치가 아팠던 그는 1969년 스위스로 휴가를 떠났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박해현기자)

[아도르노 사상계보] 프랑크푸르트 학파 1세대

아도르노는 호르크하이머, 벤야민 등과 함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제1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은 1930년대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헤겔 변증법적 역사관의 계승 발전, 마르크스 자본주의 분석의 재해석,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등을 결합해 현대 산업 사회에 대한 비판이론을 전개했다. 이들은 나치즘 대두로 미국에 망명해 있는 동안에도 연구지를 발간하고 공동연구서를 내놓으면서 동질성을 확대해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1950년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연구와 후진양성에 몰두했으며 마르쿠제, 하버마스, 슈미트 등 유럽과 전세계에 지적 영향을 끼친 사상가들을 배출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960년대 후반 서방 세계의 대학가를 강타한 학생운동의 지적 배경이 됐다. 그러나 학생운동이 점차 폭력성을 더해가고 소련과 동유럽 국가 등 현실사회주의 국가에 대해 친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비판함으로써 양자는 큰 갈등을 빚게 됐다.

국내 지식인 사회에서 아도르노에 대한 관심은 지난 70년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 이론이 활발하게 소개되면서 높아졌다. 마르크스의 원전이 금서로 묶였던 시절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이론은 산업화사회의 폐해를 경험하기 시작한 젊은 지식인들의 눈길을 끌었 다. 하지만 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아도르노는 그리 매력적인 이론가는 아니었다. 헤겔과 마르크스는 물론 베버와 프로이트 이해가 필수적인 아도르노 사상은 실천적 무기가 되기엔 너무 어려웠다. 또 소련 이론가들이 수립한 소비에트 마르크스주의와 북한의 주체사상이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서 비판 이론에 대한 관심은 식어갔다.

그러나 전문 연구가들은 이 시기에 아도르노의 저작들을 잇따라 번역하기 시작했다. 독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주연 교수(숙명여대)가 '아도르노의 문학 이론'을 편역했고, '미학 이론'(홍승용 옮김) 등이 나왔다. 90년대 들어 '계몽의 변증법'(김유동 외 옮김)이 뒤늦게 나왔고, 문병호 교수(광주여대)의 연구서 '아도르노의 사회 이론과 예술이론', 김유동 교수(경상대)의 연구서 '아도르노와 현대 사상'이 속속 출간됐다. 또 올해 2월엔 서울대 음대에서 서양음악학 을 전공한 김방현씨의 '아도르노의 음악이론'이 박사 논문으로 통과됐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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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
하르트무트 샤이블레 지음 / 한길사 / 1997년 3월

 

 

 

 

아도르노와 현대 사상
김유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7월

 

 

 

 

미학이론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1월

 

 

 

 

부정변증법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 한길사 / 1999년 9월

 

 

 

 

한줌의 도덕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최문규 옮김 / 솔출판사 / 2000년 3월
(절판되어서 구할 수가 없다. 아쉬운 책이다.)

 

 

 

 

아도르노
마틴 제이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00년 6월

 

 

 

 

계몽의 변증법
테오도르 아도르노 외 지음, 김유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8월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
노명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7월

 

 

 

 

말러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이정하 옮김 / 책세상 / 2004년 6월

 

 

 

 

프리즘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엮음 / 문학동네 / 2004년 11월

 

 

 

 

미니마 모랄리아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김유동 옮김 / 길 / 2005년 3월

(로쟈님이 알려주시길 이 책이 "한 줌의 도덕"이란다. 아흐흐...그러고 보니 제목이...)

 

 

 

 

아도르노와 자본주의적 우울
이순예 지음 / 풀빛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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