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페미니즘
박가분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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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라딘에서 '포비아 페미니즘' 책의 분류가 바뀐 것을 확인하다


지난 10월 26일 목요일에 얼마 전 출간한 <포비아 페미니즘>의 책 분류가 바뀐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여성학/젠더' 분야로 분류되어 있던 것이 '사회문제 일반' 등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보통 책의 분류는 출판사의 정보제공에 기반해 서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처음에는 알라딘 역시 이 책을 '여성학/젠더'로 분류했는데, 나중에 어떻게 해서 판단이 변하게 된 것일까?


네티즌의 제보에 따르면 책의 분류가 바뀌게 된 경위는 트위터 마이너 갤러리에 캡처된 바와 같은 한 알라딘 회원의 항의였다고 한다(출처: 트위터 마이너 갤러리). 


http://m.dcinside.com/view.php?id=twitter&no=9284


항의의 내용은 간단하게 말해서 이 책은 '안티페미니즘' 책이므로 '여성학'으로 분류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 책은 여성학/젠더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고 있으므로 출판사의 정보제공대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2. <포비아 페미니즘>은 여성/젠더학이 다루는 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잘 알다시피 인터넷 상의 '혐오신드롬'은 물론이고 '임금격차', '유리천장', '가부장적 억압' 이론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며 이들 모두 전통적으로 여성학/젠더학이 다루는 쟁점 및 영역들이었다. 


실제로 책의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젠더문제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페미니즘의 논의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자 했다. 현실의 경험, 증거, 데이터, 그리고 새로이 발견된 이론들은 페미니즘의 주장 상당부분을 논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의 주장에 대한 검증과 논평은 이처럼 많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열려 있는 문제이다.


이 책에서 나는 젠더문제는 세대간 갈등과 계급격차와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며, '포비아 페미니즘'이 제시하는 남녀 대립 구도는 무의미하다는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책은 젊은 남성 역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경력단절 등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남녀대립구도 프레임이 그러한 시도를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했다.


이처럼 책의 내용이 전부 여성학/젠더문제에 대한 논평에 할애되어 있음에도 이를 광의의 '사회문제' 내지는 '사회비평'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10월 29일 기준으로 예스24(여성학이론, 페미니즘 일반), 영풍문고(여성학), 반디앤루니스(여성학이론/페미니즘, 여성학 일반) 등 주요서점에서 <포비아 페미니즘>은 여성학 및 젠더이론 분야의 서적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교보문고 서점에서는 '성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페미니즘 입문도서5'에 선정되기도 했다.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104830&memberNo=35799573&vType=VERTICAL


페미니즘이 다루는 여성학/젠더학의 영역에서 대안적인 시각을 던지는 저작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판단이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이런저런 입장에 대한 찬반의 문제에 입각해 이 책의 분류를 수정하는 것은 자의적이며, 이러한 찬반에 입각해 분류를 나누는 것은 페미니즘 담론 일각의 천박함을 보여주는 현 주소라고 할 수 있겠다.


3. 납득할 수 없는 알라딘의 해명


나는 알라딘이 책의 분류를 임의로 바꾼 것에 대해 고객센터를 통해 항의했지만 며칠 후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도서 등록 당시 출판사 요청에 따라 여성학/젠더에 중복분류되었으나, 고객문의 후 담당 팀에서 이전 도서의 분류와 고객들의 동반구매경향 등을 검토한 결과, 한국사회비평/칼럼과 사회문제 분류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분류가 조정되었습니다.

알라딘이 책의 분류에서 고려한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동반구매 성향'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것은 궤변이다. 독자의 동반구매 경향이 달라진다고 해서 책의 내용 역시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비아 페미니즘> 독자 중 상당수가 라이트 노벨을 구매했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포비아 페미니즘>을 라이트 노벨로 분류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알라딘이 관심을 갖는 사항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



4. 페미니즘을 이용한 서점가 상업주의 민낯을 보여주다


알라딘 서점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포비아 페미니즘>이 예의 페미니즘 서적을 구매하려는 잠재적 독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은 책이라는 사실이다. 페미니즘 서적과 굿즈 코너를 '쇼핑'하던 주요 고객이 페미니즘의 주요 논제에 비판적인 시사점을 던지는 책과 마주치는 '불상사'를 방지하고 싶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알라딘의 조치는 페미니즘 담론을 둘러싼 서점가와 출판계 일각의 입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들에게 있어서 페미니즘 서적이란 담론이 아니라 일종의 페미니즘 굿즈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알라딘과 같은 대형 인터넷 서점은 다양한 저작들을 통해 담론의 형성을 유도하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알라딘이 페미니즘을 굿즈와 악세사리로 소비하는 일부 고객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조치를 기계적으로 답습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론과의 '마주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 독자는 블로그 서평에서 <포비아 페미니즘>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가 제기하는 논제들에 대해 비아냥이 아닌 '논리'로 대응할 수 있을 때, 작금의 페미니즘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구했다면 최소한 1장은 꼭 읽자. 트럼프 당선이 시사하는 '정체성 정치'의 실패를 매우 흥미롭게 기술해 놓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한다.

이처럼 <포비아 페미니즘>을 단순히 '사회문제' 일반을 비평하는 서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보왜곡일 뿐만 아니라 여성학/젠더문제 분야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알고자 하는 잠재적 독자들의 알권리를 제약하며, 더 나아가 페미니즘을 둘러싼 담론의 발전을 제약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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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갠롱 2023-10-25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진짜 잘 쓰시네요. ‘쇼핑‘ 라인은 진짜 23년 아직까지도 한국 페미니즘을 관통하는..

누군가 2024-07-29 11:23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작가님이 직접쓰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