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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김진아 옮김 / 오래된미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노년의 기술
이번 글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제에서 복귀하느라 한 주를 다 써버린 탓도 있겠지만
책 자체가 행간이 많은 내용이라 하나하나 파악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 정제해서 쓴 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선 오히려 그게 더 힘들다 분명히 뭘 숨겨놨는데 이게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질 않는다
단순히 보면 대단히 간단한 내용이다 늘 “젊게 살아라” 이게 핵심인데 이상하게도 바로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일반적인 통속 서적과 마찮가지로 [주제는 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답답함] 이라고나 할까
같은 의문이 계속 머릿속에서 울려댄다
‘알았어, 알았다고, 젊게 사는 거 좋아, 그런데 어떻게 하라고? ’
사실 책속에 팁들이 있기는 하다. 헌데, 지금의 나와는 맞지 않다는 게 문제지
사람에 따라서는 커다란 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
호불호가 갈린다는 소리다
너무 까탈스러운가?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지 저자에게 맞춤 강의까지 해달라고?
오호라, 생각해 보니 괜찮다. 관심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분명 책에서 못한 이야기들. 행간에 숨어있던 삶의 팁들이 주룩 주룩 쏟아져 나올 듯 하다
사실 책 안에 내용은 대단히 좋다 인생에서 살면서 겪는 심리적 고난, 그리고 이에 대한 마음가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수도사의 고뇌 단순히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평생을 거쳐 이어진 삶의 태도가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내가 좀 깐깐한거지 책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안심하라
글을 지은 안젤름 그륀 수도사는 현재 뮌스터 슈바르 차흐 수도원에서 살림살이를 담당하고 있다 강연 상담 선교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니 분명 당신에게도 좋은 상담자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성직자들이 쓴 책을 읽어보면서 노년에 대한 이해,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본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성찰의 깊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테니까. 출판사, 오래된 미래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려해 보는 것도 커다란 수확이 되지 않을까.
잡설이 길었다
본문내용 들어가보자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살 청년보다 예순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어가나니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에 덮일 때
그대는 스무살이라 하더라도 늙은이라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잡고 있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라네
사무엘 울만의 청춘 이라는 시 -를 축약했다
누구나 아는 청춘의 개념, 늘 젊은 마음. 하지만 실제 노인이 되었을 때 그러한 상태를 유지할 이는 얼마나 될까,
그런 분 지금까지 살면서 딱 2명 봤다. 그것도 어느 정도 경제력이 유지될 때의 이야기.
돈과 체력이 소실되면 마음도 함께 늙어가는 게 현실. 삶의 주름이 마음에도 똑같이 각인되어 가는 것이다
“난 그렇지 않아. 나이가 들어도 늘 젊은 마음을 유지할 거야, 할 수 있어”
라고 외치던 젊음들이 오늘날 어깨 굽은 노인이 되고, 퉁명스런 흉물로 퇴화해 간다
그만큼 커다란 고통, 슬픔을 겪었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누구를 비난할 일이 아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말 할 자격이 없다. 특히 그 인생 앞에서는
최저 생계비를 가지고 황제처럼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서민들의 반응이 어떠했을까?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군을 이해한다고 했을 때 경험자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80노구를 모시느라 폐지를 줍는 여고생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다
이해 하는 척 하고 있을 뿐이지
나 또한 동일하다 겪어봐야 안다
삶의 기술이 결국 늙어가는 기술이라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하나 하나 늘어간다는 것. 그리고 하루 하루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위에 있다는 사실을 겪어가며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시간, 깨어남, 도전, 사랑, 내려놓음, 그리고 화해, 이별이라는 각 장을 통해 평생을 관통하는 삶의 순리를 풀어놓는다.
시간을 적으로 삼는가 침구로 삼는가. 삶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급기야는 죽음을 인지함으로서 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순리적 결론까지.
그에 대해 독자는 무슨 판단을 내릴 것인가?
모른다. 모든 해답은 읽는 이의 것이다 수도사의 이야기는 그만의 결론일 뿐 각 인생에 대한 해답은 자신이 내려야 한다
피카소가 말했던가, 모든 사람은 궁극적으로 어린아이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어른스러워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는 것
영감과 생기의 원천인 내면의 어린아이와 교감하는 것
글세....
그러려면 다시 예술을 해야 하나? 피카소처럼 후후후
감히 정의하자면 “인생은 늙음이다” 잘 늙으라
이 책이 해답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해답에 대한 화두를 던져줄 수는 있다
평생을 계속할 늙어감 속에서 이정도 안내서를 한번 펼쳐보는 이도
나름 행운아에 속할 것이다
누가 알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죽음마저도 새로운 경험에 대한 축복이 되어줄지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