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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 - 불멸의 음반 100 최악의 음반 20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티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용면에선 공감을 하며 즐겁게 읽고 있다. 특히 이런 종류의 글이라면, 원서로 읽으면 그 재미는더해지리라는 생각에, 짧은 영어를 한탄하며 아쉬워하곤한다. 번역이 된 글에선 작가의 글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랄까.
이 책은 우연히 한 공연장에서 요즘의 음악계가 어렵다, EMI가 한국에서 철수할 정도라는 말을 공연인에게 듣고 놀랐던 기억을 다시 꺼내 주었다. 나에게도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점점 CD를 구입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작년 카라얀의 수많은 앨범들이 소위 '땡처리'되듯 헐값에 팔려나가는 걸 보며 혀를 찼었다. 또 무성의하게만들어진 종이 케이스들... 이것은 결코 소장용은 아니리라. 외모부터 이미 그저그런 무수한 카피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중에게 알려져있을만한 클래식 음반과 카라얀이라는 이름을 찍어낼 정도로 클래식은 당장 밥한술 먹기조차 급한걸까. 조금 슬펐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주한 음악들이, 만들어지는 시작부터 (물론 카피본이긴하지만) 이렇게 싸게 취급받다니... 음악도 역시 경제활동의 하나겠지만, 어쨋든 슬픈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 역시 공연장에서의 쓸쓸한 마음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기에, 구입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평소에 큰 관심까지라곤 할 수 없지만, 이리저리 공연과 음반, 티켓을 챙겨왔던 내게, 넌 도대체 기본이 없구나! 라는 호통을 치는 듯한 책이었다.
익숙해지지도 않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문장들을 다시 재배열해가며,
이렇게 하면 좀더 명확한 뜻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주저없이 한숨에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지, 원문이 어떤지 알지 못하는데 그렇개 바꾸기도 어렵지. 혹시 편집자도 원문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었던 걸까. 아..결정적으로 내 지식이 짧아서 글이 제대로 읽히지도 않는 판에, 이 무슨 칼질을 할 생각만 하는 거냐. 어리석구나...
등등의 수많은 낙서들을 진행시키며 책을 읽고 있다.
이제 거의 끝을 달리는 중이다.
여러 가지 거장들의 이름들이 들어갔다 나오고, 유명한 인사들의 이름들도 들어갔다 나오고...
앗 이 사람은 어쩌구였던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었군. 이러며 흥미를 더해 읽어나가기도 했다.
단지, 역시 이 문체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특히 나에겐 관련 지식이 '천박'했던 지라, 지은이와 역자, 편집자 모두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조금 불평을 해 보자면, 조금만 더 책이 친절했더라면, 조금만 더 사려깊었다면, 이 책은 더 많은 독자에게 즐거움이 되고, 더 많은 독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감히 말해본다.
역자 주는 충실히 번역했지만, 단지 역자 주일 뿐이다. 수많은 애칭들...은 삼국지처럼 많은 인물들이 들어왔다 나오길 반복하는 글 속에서, 누구의 애칭인지를 가려내고자 하는 심력 소모는 글의 흐름에서 자꾸 날 내몰았다. 빨려들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면 대충 아는 사람들만 봐? 그건 너무 하지 않은가. 나도 보고싶다고...
이건 단지 불평이다. 조금 불평하는 건 괜찮겠지.
좋은 점도 있다. 덕분에 이리저리 궁금해진 사람들의 이름과 명칭들을 찾아서 다시 자료를 찾아볼 생각이다. 형광펜을 옆에 두고 이리저리 표시해 두며 읽고 있다.
학구열에 불을 붙인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숨겨진 이야기를 언젠가 작가와 같은 마음으로,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어느새 형광펜이 흐릿해진 기분이 드는 건 내 착각일까. 설마 다 쓰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