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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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까지 나온 뱀파이어 남자친구 이야기. 

-사은품은 시리즈 첫권부터와같다. 좋아하는 팬에게는 모으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바로 쓰레기통 직행이었다. 특히 거울은,...책을 읽기도 전에 사은품 때문에 내가 산 책이 싫어질 뻔한 건 처음이다.  

샀다. 우선 사긴 샀다.  오랜만에 나오는 뱀파이어 영화라서 얼른 가서 봤고, 영화를 본 뒤에는 심각하게 메마른 감상만이 남아서, 원작이 소설이라기에, 사서 봤다. 

영화에 나온 이야기는 우선 1부 트와일라잇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정말 그대로 갖다 놨다. 단지, 영화가 소설과 닮아 있는 부분은 심각하게 메마르고 입체적이지 못해서 흑백의 모노톤으로까지보이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감정들이다. 차라리 감독의 입김과 개성이 세서 원작보다 깊은 느낌을 만들어주면 안될까라는, 쓸데없는 감상마저 남아 버렸다.

10대 뿐만 아니라 20대, 30대, 그리고 나이가 더 들어서도 언제나 로맨스는 있다. 그래서 나이가 지긋한 황혼의 커플도 있을 수 있지 않는가. 사랑의감정이란, 나이에 관계 없이 항상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 

주인공의 모습을 보자. 여전히 3부에 이르러서까지, 여전히...여전히 남자친구의 멈춰진 나이보다 자기가 더 '늙을'것을 걱정한다. 왜, 아직 어린 주인공은 '늙을'것을 걱정하는가. 자기는 채 성숙하지도, 여물지도 않은 시기인것을.

성숙하지도, 여물지도 않은 채로, 그 상태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는 건,  이미 그 시대를 지나쳐버린 어른만의 감성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도대체 왜 벨라가?

 흔히 이야기하는 부모님들의 '좋을 때다' 내지는 '공부도 때가 있는거다. 니 나이때 열 심히 해야 나중에 후회 안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자신이 놓쳤던 미성숙했을 때의 기억에 대해 그 시간을 아직 지나치지 않은, 미래에는 실현이 가능한 누군가의'가능성'에 대해 응원한다.  

주인공 벨라는 10대의 감성이 아니라, 이미 시간이 지나버린, 나이가 든 작가의 나이를 갖고 있다.  

반대의 변명을 생각해 본다면, 내가 10대일 때 여전히 그 나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까..라는 질문에 그럴수도 있다고 대답은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대는 시기이고, 그러기에 부모님의 말씀따위는 귓등의 깃털처럼 가볍게 스쳐가기 일쑤이고. 그런 잔소리 없이도 나는 훌륭히 한사람의 몫으로 성장한듯한 느낌이 들 때이고.. 

그런데 벨라는 그런 복잡한 감정이나 그런 감정으로 겪는 여타 교훈이 없다. 항상 아버지와 대립하는 느낌이지만, 아버지는 타인에 가깝고, 어머니는 친구에 가깝다. 미국소설이라 그런건가...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심하게 많아서. 이야기 자체를 즐길수도 없고... 상력이 풍부한 판타지로 치부하기엔 이미 바닥을 드러낼정도로 새로울 것 없는 내용들이고, 설레는 로맨스 할리퀸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설레임이란 이미 천년 전 무덤속에 가둬둔 듯한, 멈춰진 시간뿐이다. ..(천년전 무덤이 더 소재로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단지, 가장 즐거운 결말은, 제이콥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책을 모두 읽은 뒤엔 제이콥만 남아있다. 유색인종지역에 살고 있는 인디언친구, 제이콥. 더이상 제이콥을 정신병자로 만들지마!..라는 내 바람은 이루어 졌고, 그 한 가지 사실만이 이 시리즈를 산 내게 위안이 됐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책을 샀다는 거 자체가 주변에 부끄럽다. 민망하다. (실제로 내가 이 시리즈를 산 것에 대해서 친구들 모두 입을 커~다랗게 벌린 채 10초간정지했다. 그리고 웃었다) 

게다가 심각하게 고민중인 건, 아직 한권이 더 나올 예정이라는 것.. 

아무리 재미가 없는 영화나 소설이라고 해도 1권이나 앞부분을 보면 무조건 끝까지 보기 때문에 분명 괴로운 선택을 할 것이다. 아마 4권을 사겠지. 그리고, 숨어서 보고 책장에 숨겨서 꼽아 놓을 것이다. ..누굴 줄 수도, 빌려줄 수도 없다. 제3자에게 팔까 싶기도 한데 성격은 게을러서 그것도 어렵고. ..이렇게 어려운 책은, 처음이다.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은 이 책의 어디에 반한 걸까. 내 메마른 감성이 이 책을 더 바싹 말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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