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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이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찬사는 뭘까.
입 밖으로 금은보화라도 쏟아낼 수 있을만큼 벅찬 찬사가 대기중이지만 꿀꺽 참아본다.
구태의연하지 않을 찬사를 궁리한 끝에 생각해 낸 것이 고작
"꼭 읽어봐라! 꼭 읽어야 한다!" 이다. ㅡㅡ;
오늘은 줄거리를 일목요연 정리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싶다.
나의 경박스러운 입방정이, 예비독자들의 예측을 돕고, 그들의 감동을 반으로 싹뚝 자를까 저어되서다.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다. (아닐 수도 있다...다들 쓰는 방법일 수도^^;)
먼저..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 되도록 최면을 건다.
잠시 눈을 감고 서 푼 짜리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여 소설 속 세상의 밑그림을 그린다.
처음엔 크로키처럼 거칠지만, 금세 여백을 채우고, 다양한 색깔을 입히고, 자세한 그림이 되도록 애쓴다.
상상을 마쳤다면 그 세계안으로 주인공들을 밀어넣는다. 이 때 고도의 감정몰입이 필요하다.
책을 덮기 전까지 나는 그들이어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읽다보면 정신 상태가 곤죽이 되기도 한다.
이번이 그랬다. 소설 속 각각의 캐릭터들은. 그 개성이 칼 끝처럼 선명했고, 사소한 특징까지 치밀했다.
'캬~~! 어떻게 이런 것 까지..' 하며 속으로 몇 번 감탄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각 인물의 상황과 정체성에 완벽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난 이 편도 되었다 저 편도 되었다 한다.
그럼 살인자든 싸이코든 그들의 희노애락은 금세 내것이 된다.. 덕분에 난 읽는 동안 다중이가 된다.ㅡㅡ^
격투장면에선 내 이빨이 무사한지 만져보고, 손목이 부러져 덜렁거리고 뼈가 튀어나온 고통을 상상하며 신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들이 선한지 악한지는 따질 수 없다. 절대선과 절대악의 경계는 없었다.
기필코 지켜야하는 자와 기필코 죽여야하는 자의 대결,
내면의 우물을 차지한 자와 그 우물을 벗어나려는 자의 대결..
소설 몇몇 부분은 치매 아니고서는 절대 잊지 못하겠지 싶기도 하다.^^
그중 단연 최고의 장면은..(입밖에 내지 않으려했건만...ㅜ.ㅜ)
잠수 중인 승환과 호수에 던져진 세령의 시체가 눈을 마주치는 장면..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
작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봤다.
도대체 얼마나 공을 들인 걸까. 그리고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 걸까.
책의 두께도 두께지만 문장마다 허술한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설렁설렁 읽을 수 없었고, 읽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댐과 호수, 잠수..등 생소한 소설 배경도 그렇고
작중 인물의 성격, 부수적인 특징, 성장 환경 등을 꾸미는데도 방대한 자료 조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켰으니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그렇다면 집필 기간이 오래 걸렸을텐데..라고 생각해봤다. 만약 단기간에 완성했다면 작가는 분명 천재일거다.
정말 팬레터라도 보내서 묻고 싶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쓸 수 있는지~진짜다. 작가가 어디서 강의라도 한다면 쫓아가보고 싶은데..
마지막 '작가의 말' 발췌로 마무리할까 한다.
-소설을 끝내던 날,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간절하게 바랐다.
'그러나' 우리들이, 빅터 프랭클의 저 유명한 말처럼,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