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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헴펠 연대기
세라 S. 바이넘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일 중단하고 은둔 생활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미스 헴펠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다.
학원에서 가르쳤지만 나름 소신도 있고, 교육관도 있었다.
책 읽으면서 아이들이 그리웠다. 아이들 모습 하나하나가 여전히 선명하다.
수줍음이 많고 여린 승묵이, 남학생인데도 목소리도 곱고 마음씨도 착했었지. 항상 등을 구부리고 다녀서 안쓰러웠던 친구다.
도도하고 새침하던 주리, 어린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속 깊은 아이였다. 공부도 곧잘 했고~
유난한 사춘기를 겪던 재석이,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 나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연예인처럼 말끔하던 지원이, 막 사춘기를 겪느라 혼란스러웠을텐데..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호탕하게 껄껄 웃는 소리가 옆사람까지 웃게 만들던 보연이, 정돈쟁이 이나, 모르는 건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민지,
병아리처럼 날 졸졸 따라다니며 쉴새없이 이야기하던 은지.. 너무 보고 싶다. 얘들아~ㅜㅜ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해프닝들이 남 얘기 같지 않았다. 맞아, 그래 그래 하면서 읽었지.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이 되어야 할지, 인기있는 선생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나와 비슷했다.
그나마 헴펠 선생은 학교니까 좀 낫지. 학원은 비싼 돈 내고, 성적올리려 오는 곳이다.
목적이 확실한 곳이다. 성적이 오르면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하지만 오르지 않으면 원망도 받는다.
학생 중에는 학원 강사를 목표 수단으로만 대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이니까.
이제 막 사춘기를 겪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은 아이와 어른의 모습이 모두 어설프게 섞여 있다.
어른 흉내를 내도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이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좋아서 일하는 게 즐거웠다.
생각과 마음은 아직 아이인데, 몸은 어른이 되어 간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겉만 보고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잰다.
그러니 "이 정도 컸으면 정신 차려야지." , "인생의 목표를 정해라.", "어른스러워져라" ....등 이런 말들을 밥먹듯이 하며 다그친다.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생각해보면 내가 중학생 때 인생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행로를 자세하게 그려본 적 있었나?..아니다.
난 그냥 아이들 편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을 '두당 얼마짜리'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돈 받고 하는 일이지만, 돈을 생각하며 일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성적 오르는 게 최우선이겠지만, 그 외의 부분들은 아이들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나누려고 노력했고, 혼란에 빠진 아이들은 돕고 싶었다.
어쨌든, 학원 생활했던 6년이 내 평생 가장 열심히 살고, 가장 뜻깊은 추억이 많은 날들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계기로 그 시간들을 회상할 수 있었으니, 읽은 보람은 있다. 다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날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