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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읽고 엉엉 울었다. 통곡할만큼 슬픈 소설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웃음으로 눈물닦기'라고 설명하면 될까나.
등장 인물 모두 오토미(엄마)의 죽음으로 힘겨운 상황이다.
이도저도 못할 '설상가상'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아쓰타(남편)는 더 말수가 줄고, 우유로 끼니를 떼우며, 외출하지 않는다.
유리코(의붓딸)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서류를 놓고 집을 나온다.
실컷 좌절해도, 망가져도 좋을 상황들.
그러나 평범한 웃음으로, 조금씩 치유해가는 모습이 뜻밖에 눈물샘을 자극한다.
소설 속 그들이 현실 밖으로 툭 튀어나온다고 상상해봤다.
지금 고민하는 일들로 내가 징징징~툴툴툴 대고있는 꼬락서니를 보면 그들은 무슨 말을 할까?
"괜찮아. 괜찮아.^^ 당장 창문부터 열고, 신나게 청소나 할까? 노란 커튼을 새로 달고, 깜찍한 화분도 하나 사는거야.
달콤한 커피도 한 잔 마시자구. 시럽을 잔뜩 넣는거야. 으음~"
이모토와 하루미가 콧노래 부르는 것처럼 이 말들을 쉴새없이 재잘거리겠지. ㅡㅡ; (내 상상력이 지나친가? ㅎㅎ)
처절할 만큼 슬픈 사건도 없는데, 딱히 숨막히는 전개도 반전도 없는데
'49일의 레시피'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보자구. 생각해보자구.)
'위로'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그들 곁에 '부재'로 맴돌며
남편과 의붓딸을 '위로'하고 있다. 희망을 선사한다.
그녀의 부재를 메워줄 약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의 슬픔과 고통 때문에 안으로 안으로 움츠러들지 않도록
스스로 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도록
사소한 일상에서 웃음과 활력을 되찾도록
'49일의 레시피'라는 깜찍한 그림의 처방전을 남겨둔 것~
오토미는 자신이 죽고 난 후에도 가족들이 활기차게 살 수 있도록 49일간의 레시피도 적어놓았다.
가족이 좋아하는 요리의 요리법과 간단한 청소 레시피였다.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깜찍한 그림도 곁들였다.
그림 속 남편과 유리코는 우울한 구석 하나 없이 사랑스럽고 밝았다.(소설에 직접 그림이 나옵니다. ^^)
빙긋이 웃으면서도 눈물을 닦을 수 밖에 없는 그림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요리와 청소가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는 것 처음 알았다.
절망스러울수록 더 부지런하고,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알파벳'M'은 벌레가 꿈틀꿈틀 열심히 움직이는 모양과 같다고~
그래서 'M'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부지런함, 움직임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단다.
move, man, manager(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
많이 움직이면 생기는 게 많으므로 many,multi
많아지다 보면 커지므로, major, mega... 등등 ^^;
연결이 되는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부지런함의 미덕을 이미 알았던 듯~ ^^: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가족끼리는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으며, 들리지 않기에 쉽게 잊는다.
결국 가족의 부재를 통해서 가족의 존재를 깨닫는다.
그제서야 우리는 후회와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이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해서 누구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의 슬픔을 건드리고 이끌어내서 위로할 작가는 흔하지 않다는 것.
아무나 진심으로 위로할 수 없다는 것.
'49일의 레시피'를 통해 온정의 풍족함을 느껴서
보통 이야기가 보통스럽지 않았다고...
세상이 변해서 기발한 이야기, 기막힌 상상력을 담은 소설이 더 인기있다 해도
그건 흥미를 충족시켜 줄 곁가지일 뿐~
진짜는
일상을 부지런히 살아낸 내 지척의 조부모, 부모들의
따듯한 살아내기 방법을 듣고 배우고 위로받고 싶다고..
아~진짜 난 너무 감성적이다. 현실감각도 떨어진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