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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수학
야무챠 지음, 김은진 옮김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xⁿ+yⁿ=zⁿ :n이 3이상의 정수일 때,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자연수 x,y,z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중3, 고1 사이의 학생들이라면 이 명제를 보고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걸" 코웃음칠지 모른다.
그러나 보라.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수학자들이 일생을 바쳤고, 끝끝내 미제로 남긴 채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리곤 악마의 정리라는 별명을 얻는다.
상상해 봐~~ 맛있는 파이를 앞에 놓고 손발이 묶여 침만 흘려야 한다면... 가까이 있기에 먹을 수 있겠다 싶지만, 결코 먹을 수 없다면... 감질나는 거다.
위의 명제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야. 수학에서는 증명이 중요하다. 우리가 수학이라 배우는 학문은 증명없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학문이다. 아~~~~주 오~~랜 고대부터 지금까지 기본 이론을 발견하고, 그 발견이 참인지 거짓인지 매우 까다롭게 증명해가며 수학이라는 학문의 토대를 쌓아온거다. 그러니 우리가 미치도록 혐오하는 수학이라는 학문은
사실~구구절절 사연많은 수학자들의 피와 땀이다.
우린 그들의 수고로움에 대해 한 귀퉁이도 들어본 일 없기에 수학은 지루하고 괴로운 학문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들의 수고로움을 페르마의 정리를 통해 슬쩍 맛배기해주는 거다.
과연 페르마는 이 정리를 풀었을까? 왜 위 명제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불리는 걸까?
그는 프로 수학자는 아니었다. 취미로 수학을 했단다. 그러나 프로 수학자들은 번번히 그의 천재성에 무릎꿇고, 농락당하곤 했다. 당대 내로라 하는 수학자들도 끙끙 앓는 난제들을 술술 풀어내고는 그들에게 약올리는 편지를 보내곤 했다니~또 증명한 내용들을 후대를 위해 남기는 미덕을 베품없이~ 몽땅 쓰레기통에 버렸단다. 못말리는 악취미다.ㅎㅎ
그가 죽고 그의 아들이 그의 메모 몇 가지를 모았고, 그 중 요 악마의 정리가 있었단다. 금새 풀 것 같은데 절대 풀 수 없는 요것~그런데 얄밉게도 페르마는 "나는 이 걸 증명했으나, 여기 여백이 좁아 쓸 수 없다"는 메모를 남겼다니. 어떤가?
읽고 있는 우리도 슬쩍 오기가 솟는데~ 수학자들은 어떠했겠나?
이 정리에 많은 수학자들이 도전했고, 평생 못풀었다 했지? 바통 터치하듯 다음 수학자들이 이어서 풀어나가곤 했는데.. 한 단계씩 전진하는데만 기본 100년이 걸렸단다. 굉장하지?
'오일러의 법칙'에 오일러 알지? 그 '오일러'와 '여자 수학자 소피', 우리도 잘 아는 '천재 가우스' ,'라메와 코시' '쿠머' '처음 페르마의 정리와 타원방정식을 연결시킨 프라이' '라그랑즈 ... 등 수많은 수학자들이 이 악마의 정리 덫에 걸려들었다. 물론 약간씩 성과는 있었다지만 결코 완벽히 증명해낼 수 없었다.
그럼 이 쯤에서 궁금하지?
"그래서! 그걸 풀었다는 거야 못풀었다는 거야.!!"
그래.. 그 위대한 정리는 수학자 와일즈에게 결국 정복당하고 말았다. 그리곤 아내에게 그 증명을 바쳤단다. 허무한가?
하지만 우린 이 쯤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의 가면을 조금 벗겨보았다고 여겨도 좋다. 나 역시 수학이 내미는 달콤함을 한껏 겪어보진 못했다. 그러나 수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우린 그 동안 수학이 '사람이 쌓아올린 학문'임을 인식하지 못한거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물처럼 다루었다. 나 역시 학생들에게 기계적이고 신속한 문제풀이를 주문하고, 가르쳤으며, 수식 하나하나에도 수학자들의 땀과 역사가 서려 있음은 굳이 알려 하지 않았다.
생각해 봐.. 초딩도 뚝딱 해내는 사칙연산부터..괴로운 미분, 적분까지... 모두 유래가 있고, 세월이 곁들여진거야.
중1 되면 배우고 아는 '임의의 각은 삼등분으로 작도할 수 없다' 알지? 그냥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인데...이 명제를 증명하는데 몇 년 걸린 줄 아나? 고대 이집트로부터 자그마치 2천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책은 위 정리를 증명해 주는 책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걸 보겠다고 덤비는 독자가 있을 지 모르겠다. 수학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이끌며, 연예인들 얘기 마냥 흥미를 돋우는 책이다.
난 아쉬웠지만... 자세한 증명 내용이 수록되었으면 하고 말이다... 그저 와일즈가 증명했네 하고 끝이 나지만....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위 정리를 둘러 싼 수학자들의 고민과 에피소드들은 흥미롭고, 새롭다.
난 이거 읽고 다음 수업 부터 수식 하나에도 경외감을 갖는다. 정말이다. ㅎㅎ 또한 학생들에게도 에피소드 한두개쯤 소개하면 눈이 반짝반짝해진다.
그 중 하나가 아르키메데스 이야기다. 왜~목욕탕에서 뛰쳐나와 '유레카'외쳤던, 그리고 원주율을 생각해낸 고대 그리스 수학자말이다.
그는 난해한 수학 문제 놓고 끙끙거리길 좋아했단다.
평소처럼 광장 바닥에 수학문제를 손으로 끄적거리고 있는데.. 마침 전쟁으로 마을이 난리였다. 그런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군사들이 들이닥친 것도 모르고 쭈그려 앉아있다가 그대로 죽었단다.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어떤가? 이제 조금은 흥미로운가? 그럼 꼭 읽어봐라. 수학을 잘 하도록 만들어주는 비법이 적힌 책이 아니다.
제목처럼 수학을 깊이 사고하는 일 따위도 없다.
그저 수학을 진심으로 대하게 될 자세를 선물받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