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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세상의 문을 여는 코드 - 모든 것은 숫자로 통한다
피터 벤틀리 지음, 유세진 옮김 / 수북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어나가면서 유사하다고 생각했던 책은 칼 세이건 의 명저 ‘코스모스’이다. 한동안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코스모스만큼이나 다방면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어찌 보면 호기나 객기처럼 여겨지는 이 책의 부제 - 세상의 문을 여는 코드라는 제목이 무색하지 않게 확실히 여러 방면에 이해를 돕는 충실한 내용들이 많다. 위대한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노가 말한 완전수 6에 대한 찬양, 부처가 수학자 아르주나와의 대결에서 낸 문제에 숨어있는 원자의 크기에 대한 답. 새뮤얼 스마일스가 ‘자조론’에서 근대 방직공업의 아버지로 소개하는 조셉 자카드. 그의 문직기가 사실은 현대의 컴퓨터와 다름없었다는 것. 천문학자들의 수명을 늘려준(?) 로그의 발견 등 천문학, 공업, 종교 등 인간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숫자의 위대한 힘에 새삼스럽게 감탄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놀랄 만 한 거리가 남아있다면 숫자가 언어와 풍속마저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숫자 3은 시와 음악에 영감을 제공하는 숫자이다. 음악에서 셋잇단음표가 자주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에도 3에 의존한 각운이 많다. ‘런던다리’라는 영국의 유명한 동요에는 ‘무너진다네(falling down).’이라는 말이 세 번씩 반복된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연설문의 ‘피, 땀, 눈물’은 세 단어가 가슴에 와 닿으면서도 가장 익숙한 세 어절의 운율을 맞추었기 때문에 더 유명한 것인지도 모른다. 종교적으로나 세속적으로나 가장 숭고한 뜻으로 쓰이는 ‘영원(eternity)’이라는 단어는 ‘삼위일체(trinity)’의 고대어 ternity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민족도 예로부터 3과 5를 길하게 여겨왔고 전통장단에도 5박자가 많으며 음계 또한 5음계 인 것을 생각하면, 졸업하고 나면 수학과는 ‘영원히’ 안녕이라는 말도 그리 옳은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