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사회학 - 디자인으로 읽는 인문 이야기
석중휘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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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Crazy ex-girlfriend에 수록된 뮤지컬 장면 중 하나인 'Don't be a lawyer'가 인터넷 밈으로 '이 직업 절대 하지마세요'가 거의 모든 직업군이 패러디되었고 내가 지금 몸담그고 있는 직업도 있다. 영상을 보면 공감이 가서 웃다가도 한편으로는 좀 씁쓸해지기도한다. 주변 디자인을 하는 동료들과 이야기할때마다 나오는 이야기. 두명분의 일을 한명이 처리하고 야근, 특근을 하며 사람 갈아가며 을(乙)중의 을인 디자이너. 일한지 5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계속해서 디자인을 해야할지 고민이다. 주변엔 스스로 스튜디오를 차린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냉정하게 나는 그정도로 디자인을 좋아하지않는다. 그렇게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다가도 또 컴퓨터앞에 앉아서 일하다가 또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 잠시 잊었다가 다시 또 혼자서 생각할 시간만 되면 고민이 된다. 세상에 디자이너는 넘치고 넘치지만 또 반대로 디자인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어낼수가없다. 사전적 의미로 디자인이란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인데 아무 작은것이라도, 하다못해 오늘 내가 옷을 입는것도, 밥상을 차리는것도 화장을 하는것도 전부 '디자인'이라 명명할수가 있다. 우리 생활속에 이렇게 밀접한 디자인이건만, 여전히 디자인에 대한. 아니 디자이너에 대한 취급은 썩 좋지않다. 전에는 인쇄물 디자이너보고 '그게 무슨 디자이너야? 뭘 그런걸 디자이너라 불러?'라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댓글도 봤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당연한듯 쓰고있는 치약, 샴푸통들도 하다못해 한번쓰고 버려지는 약, 편지봉투도 어찌되었든 다 디자이너의 손길이 거쳐간것이다. 헤어디자이너도, 의상디자이너도, 제품디자이너도, 웹디자이너도 어쨌든 업무가 '디자인'이면 '디자이너'인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꼬리에 물고 가다보니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인식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호구의 사회학> 제목을 보고 마음에 비수가 꽃힌듯 한 기분이었다. 저자 역시도 디자인을 하며 나와 비슷한 감상을 느꼈다고한다.-아마도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같은 감정을 느낄꺼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Don't be a lawyer' 디자인직업 패러디 영상을 봤던 그 웃기며 슬픈, 그 씁쓸한 기분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호구의 사회학>은 저자 본인이 겪은 이야기와 주변 사례들을 인용문이나 본인의 생각을 풀어내며 디자인과 접목시키면서도 책에 나오는 사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40세대들이 이해할수있는 내용들이었다. 우리는 대게 전부터 그래왔어 라고 하는 말을 중심으로 클리셰에 가깝게 같은 행동을 반복하곤 한다. 원치않는 야근, 꼰대, 공짜디자인, 대학제도, 선행학습, 사대주의 등.그동안 나도 불합리하다고 또는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들도 있지만 그저 변화할 생각없이 앞에서 사람들이 했던 의미없는 행동들을 똑같이 따라할때도 있기도 해서 책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하게되었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것도 있고 충돌하는것도 있었다. 시대가 급변하고있고 디자이너인 나는 그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최대한 내가 할수있는 선에서 많이 담아내려고노력한다. 개인적으로는 색맹인 사람들도 쉽게 색상을 구별할수있는 디자인까지 구현할수있는 디자이너가 되고싶다. 시각은 얼마나 자극적이고 잔상이 오래남는가. 어쨌든 나는 오늘도 디자인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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