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문장 - 흔들리는 마흔에 참 나를 되찾게 해 준
길화경 지음 / 유노라이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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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느라 좁고 뻔해진 삶의 반경을 조금씩 넓히는 일이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면과 부딪히면서 나를 겪어 본다면 자신을 좀 더 입체적으로 느낄수있을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쭉정이 같이 쪼그라든 마흔은 조금 탱글탱글 생기가 도는 나이가 될것이다.

<엄마의 문장> 본문 p.104



몇 해 전 모 방송국의 "당신은 여자입니까? 엄마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던 다큐프로그램이 있었다. 질문의 의도는 무엇인줄 알겠다. 그러나 우린, 여성은 엄마로 살기위해 또는 아내로 살기위해 태어난것이 아닌것인데 엄마라는 집안에서의 직책도, 이 나이로 사는것도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툰것 투성이인데 우리는 어쩐지 '엄마'라는 한 단어로 모든게 다 익숙할거라, 이해해 줄거라 생각해버린다. 아직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근엔 '경단녀'의 삶이나 결혼 후 커리어 생활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한다. <엄마의 문장> 저자 길화경 역시 과거에 수술실에서 8년간 일하던 간호사였다. 그러나 육아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다 육아의 최전선에 물러나 문득 돌아보니 세상에 자신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었다고한다. 사실 이런 경험이 비단 저자만의 일이 아니었을것이다. 맘카페를 비롯한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 본인의 이름보다 아이의 엄마라고 불리는 일이 더 많은 사람들, 우리엄마를 비롯해 주변에서도 흔히 볼수있는 일이라서 사실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할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잘하고싶다.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다.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잘하고 싶은 그 마음에 따스한 빛을 비추면 된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눈앞의 문제행동이나 지금의 어설픈 모습이 영원할거같아서다.

<엄마의 문장> 본문 p.131



그래도 저자는 방황은 했지만 자신의 길에 다시 잘 돌아왔다. 아니, 어쨌든 다시 잘 돌아왔으니 방황이 아니라 배회라고 해도 괜찮을거같다. 논술교사로 다시 일을 시작하기 앞서 자신의 의지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마라톤을 하고 시집을 읽고 사색을 하고 글을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 분을 보자면 사실 존경심이 먼저 든다. 물론 전직업을 보자면 분명 똑똑한 고 오랜기간 공부하셨겠지만 사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특히나 마흔이라는 나이에서 도전을 주저할 마음 속 흔들림을 멈추기까지 책을 읽고 자신을 다잡으려하는 그 노력이 느껴져 뭉클했고 책에서 자주 인용되었던 '전혜린'의 책도 읽어봐서 저자가 느꼈던 감동을 함께해보고 싶어졌다. 사실 내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냥 '해치우듯' 책을 읽는 편이 많았어서 뜨끔했던 문장도 있었다.



독서는 내 시간만 넣고 돌린다고 원하는 모습이 되어 나오는 뽑기가 아니다. 질문 없이 읽는 책은 '시간을 먹어치우는 하마'에 불과할수있다. 100

<엄마의 문장> 본문 p.100







책 제목은 <엄마의 문장>이지만 책 내용에서 자녀나 부부내지는 소위 말하는 고부갈등 같은 이야기는 많이 소개되지않고 저자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딸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담은 '엄마'의 시선으로 자식과 본인의 모친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해가는 글들이 있었다. 사실 이름을 제외한 많은 호칭들 중에 엄마일 뿐이지 내면 자체는 '엄마'라는 것만 오로지 존재하고 있는건 아닐기 때문에 그 따뜻함이 더 느껴진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엄마'들이 많은 용기를 얻을수 있을것이다.





어둠의 시간이 걷히면 빛의 시간이 온다고 의식에 새겨 넣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낙담도 장담도 하지 않을수 있다.

어둠의 시간에는 빛을 기다리고, 빛의 시간에는 충분한 기쁨을 만끽한다.

썰물의 시간이 있다한들 그 갈라진 틈을 메우고도 넘치게 가득 채워지는 밀물의 시간도 존재하는 법이다.

선명하게 존재하는 낮과 밤 사이에는 꿈을 뒤척이게 하는 파란시간이 있다.

이보다 희망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까?

<엄마의 문장> 본문 p.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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