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디자인 품과 격
편석훈 지음 / 윤디자인그룹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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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한글서체)을 알리고 싶다는 말은,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 문자인 한글에 대한 대중의 심미한을 드높이고 싶다는 의미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당연히 좋은 한글서체가 더 많은 대중의 눈에 띄어야하지 않겠나 하는게 내 생각이다.

<한글 디자인 품과 격> 본문, p.146

몇 해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서체 제작과정 영상을 인상깊게 본 기억이 있다. 해당 폰트를 만든 제작자가 나와서 폰트의 제작의도와 개발과정, 그리고 해당 폰트를 어떻게 사용하는게 좋을지 가이드를 지침해주는 내용이었는데 대학 다닐때 서체는 크게 세리프체, 산세리프체가 있다는것만 짧게 배우고 지나갔던 타이포그래피 교양수업에서는 만나볼수없었던 밀도있는 제작과정을 만나볼수있었다. 폰트, 캘리그라피, 타이포그래피, 서체... 이 다양한 이름 속에는 우리가 늘 보고 읽는 글자가 담겨있다. 내가 기억하는 첫 브랜딩 현대카드 전용서체인데, 처음 봤을땐 꽤 충격이었다. 내가 아는 대기업에서 판매목적의 '상품'이 아닌 '서체'를 만들었고 그것도 제법 특이하게 만들었고 이를 마케팅에서 적극 활용하고 나중에 해당 광고를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그 서체인걸 알았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 버킷리스트중 하나에는 내가 디자인한 서체만드는것도 있었다. 이젠 빙그레, 롯데마트, 아모레퍼시픽, 올레KT, 티몬같은 왠만한 기업은 물론 네이버, tvN, JTBC, 야놀자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 심지어 서울, 경기도, 포천 등 지역에서도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들어내는 폰트를 개발하는것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디자이너들에게 이런 브랜딩 서체들은 어떠한가. 아니 사실 브랜딩 서체뿐 아니라 다른 본문, 제목서체들도 무표정한 표정으로 왼쪽손은 얼굴을 괴고 오른쪽 손은 무심하게 방향키를 내리면서 이 디자인에 어떤 서체를 쓸까 고민할것이다. 디자인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없다는것. 본문서체는 대게는 고딕, 명조로 가지만 제목서체는 결정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물론 이제 다양한 서체가 나와서 고민하는 일은 줄어들긴 했지만 어쨌든 나에게 한글디자인폰트는 클라이언트에게 납품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 속 스트레스요인이었다. 그 서체에 대해 정보를 찾아볼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해당 폰트에 대한 애정도 크게 있지 않았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 폰트들에 대해 문득 문득 궁금점이 생기기도했다. 이걸 만든사람은 누굴까, 자평98%, 자간 -25가 정말 제작자 의도가 맞는걸까? 라는 생각으로 한글날을 맞아 읽게된 윤디자인그룹의 <한글디자인 품과 격>.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실제로 수많은 학생들은 "알파벳을 기반으로 한 타이포그래피는 왠지 '뽀대'가 나고,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왠지 촌스러워보인다"라는 평가를 하기도했다. 어쩌면 이것은 나와같은 기성세대의 잘못이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그들에게 '뽀대가 나는'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못했으니까.

<한글 디자인 품과 격> 본문, p.170



이 책의 지은이 편석훈은 윤디자인그룹의 대표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더 높아지는 기분이다. 책을 읽으며 이것도 윤디자인그룹에서 했어? 라는 생각이 드는 서체도 많았다. 서체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나 개발과정의 어려움, 플랫폼에 따른 서체 특성들에 알게되는 시간이었다. 또 폰트는 한번 개발하면 그냥 끝날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고 추가 수정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장인정신을 느끼게해주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브랜딩서체에 대한 개발이나 사용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보수적이고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고있었고 그런 힘든 순간에도 서체들은 발전해가고있고 다양한 서체에 대한 연구 개발을 해왔던 윤디자인그룹을 비롯한 폰트개발자들에게 고마움마저 느끼게 되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타이포그래피는 디자인의 기본이며 기초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분들이 대학에서 혹은 현장에서 타이포그래피관련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오랜시간 수많은 디자이너들과 동고동락해온 윤디자인 그룹이 그들을위해 혹은 그들과 함께해야하는 일은 바로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보여주는거라 생각했습니다.

<한글 디자인 품과 격> 본문, p.181



아무런 과정없이 바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멋있고 완벽한 폰트가 나오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성장을 거듭하고있는 우리나라 한글폰트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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