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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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요, 뭐. 혼자 사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정말 인연이 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만나지겠죠. 못 만나도 크게 상관없고요."

이게 내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공손한 사회적 응대였다.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본문,p.57

올해 초쯤에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보았다. 책이 가져다준 사회적 파장에 비해 영화내용은 다소 밋밋하고 흐릿해보였다. 그러나 영화에서 나오는 아기를 데리고 카페에 나온 김지영을 보며 맘충이라는 단어쓰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 두명, 여자 한명의 대화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볼만한 주요키워드라고 본다. 우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맘'에게 태어났고 '맘'과 자랐고 심지어는 '맘'과 함께 살고있을텐데 왜 그들은 그렇게 쉽게 '맘충'이라는 단어를 내뱉었을까? 최근 시대가 바라는 젠더감수성은 급변하고 있다.내가 어릴때 본 김삼순은 현재 시점에서는 더이상 노처녀라 불릴나이가 아니게 되었으며 아가씨, 아줌마등 특정 성별의 나이를 지칭하는 호칭은 구시대적 발언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무수히 나오는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에서 나오는 소위 말하는 썰이나 사례,뉴스들을 들어보자면 남녀간의 성차별을 조명하는듯 하면서도 되려 더 남녀갈등문제로 상황을 악화시킨때도 있어보인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든 원하지 않는 방향이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상속에서 젠더이슈는 계속해서 변하고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남자가 되었든 여자가 되었든 더 이상 개인의 노력이나 희생으로 가정을 이끌었던 우리 부모님처럼 살수없다. 혹은 내 삶 내가 원하는 대로 나혼자 살겠다는 선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있다. 나 역시 어릴때 막연히 결혼은 해야하는거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엔 혼자서도 잘 살수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자기를 사랑한다는건 이제 성인이 된 내가 어린시절 상처 입었지만 눌어놓고 돌보지 않았던 그 내면의 어린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동의해주고, 보듬어주고, 돌봐주는것이다. 거기에서 자기 사랑은 시작된다.

... 그렇게 나의 방어기제를 만나고 알게 되고 그걸 만져주기 시작하는게 나를 살아하는 길의 처음이다.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본문,p.p. 90-91

생각해보면 우리는 끝없이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증명해야 할것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내가 나를 증명하지 못하면 내 존재 가치가 없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쉽다. ... 세상에 내가 있어요 라고 외치며 나를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나는 충분하다. 나는 나로서 여기에 있고 나로서 만족하며, 나와 같이 말을 섞고, 생각을 교환하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에 함께해주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므로.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본문,p.p. 69-71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책은 비혼주의로 살아가는 40대 심리상담사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이다. 제목에 비혼, 여성이 들어가 벌써 뒷걸음질 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비혼주의삶의 찬양이나 여성만의 이야기나, 성차별같은 이야기를 주로하는게 아니고 그저 결혼은 하지 않은 성별이 여성인 심리상담가인 그가 혼자 살아가면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과 라이프스타일 방향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여졌다고 본다. 심리상담가가 업인 저자이어서 책을 읽기 전에는 완전 무결한 감정조절이 가능하실줄 알았지만 의외로 솔직하게 꺼내놓는 이야기가 우리와 별 다를게 없어서 공감가고 이해가는 구절이 정말 많았다. 그러다보니 그가 하는 말을 읽어 내려가면서 책 한권으로 내담하여 상담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곤 했다. 아직까지 내 삶에 고민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조금이나마 등대같은 역할이 되었다. 특히나 책을 읽으면서 나도 급여의 10프로는 매달 나자신에 투자하고 매년 12월 31일에 한해를 돌아보며 유서를 쓰는 시간을 가지며 소중한것, 아쉬운것, 더 하고싶은것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살아온 1년 동안의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을 돌아보고싶다.

싱글로 살든 그렇지 않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독립적인 심리적 공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바쁜 현대사회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지않고, SNS에 나를 노출하지 않으면 나를 잊혀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게된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내가 잊힐까 두려운 나머지,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혼자 살면서도 굳이 이런 단절되는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은 특별하고 거창한 이유를 붙이기보다 그냥 내가 나에게 안부를 묻고,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본문,p.127

오히려 내 삶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좋은것들을 만들어가는 태도를 가지자는 것이다. 그것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죽음으로 걸어가는 미래를 준비하는 내 삶에 대해 책임을 지는것이기 때문이다.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본문,p.253

남자, 여자 나눌것 없이 혼자서 더 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누구나가 스스로를 돌보며 살아가는데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것이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이 된다. 저자가 말하듯 본인의 삶이 본인에게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도록 우리는 서로의 가치를 보듬어주며 살아가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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