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자전거를 탈줄알게 되면서 걷는것과는 또 다른 그 느낌에 종종 집 근처를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간다. 오로지 페달밟는것만 생각하며 오르막길을 오를땐 좀 힘들지만 내리막길에 페달을 밟던 것을 쉬며 쾌적한 바람을 맞으면 이대로 영영 떠나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생각에서 끝나는데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저자는 이걸 실천으로 옮겼다. 우리는 그의 자전거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여정일기를 함께본다. 자전거를 타면서 어쩜 저리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해내서 드로잉했는지 싶은 거친 연필드로잉이 인상적인 여행에세이인데 저자의 요청으로 모든 책의 내용은 손글씨로 이뤄져있다. 다만 글자들을 스캔받고 사이즈를 변형때문인지 글자주변에 살짝 깨지면서 자글거리는 부분이 거슬리기도 하고 일러스트 디테일에 못따라오는거같아 아쉬웠다.


혼자인 삶이 좋다. 나의 두발로 오롯이 나의 무게를 견뎌내는 삶.
하지만 내 팔은 다른몸을 껴안는것에 익숙하다. 내 몸은 다른팔에 안기는 것에 익숙하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본문


바람과 새와 함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차가 얼마 지나가지 않는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낄수있는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에는 긴 여행을 하면서 변하는 풍경이 연필드로잉 스케치로 표현되어있는데 어떤 색채화나 사진보다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을 하며 매일 하나의 계획을짜고 실천하는데 그 하나의 계획이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뿐이다. 인상깊었던것이 자전거를 탈때는 한달만 타면되네!라고 생각한게 막상 자기전에 다시 계획을 짤때는 한달씩이나 타야한다고 절망하는것이었다. 그러고서 다음날 되면 또 다시 페달을 밟으며 가면 죽을거같이 힘들었던 것도 아무것도 아닐때가 된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자전거 여행은 평탄하진 않다. 주변에서의 사건, 사고를 목격하기도 하고, 무릎이 아프거나, 저녁을 먹고 쉴곳이 없거나하는 포기하고싶어지는 위기의 순간들에서 이렇게 운이 좋을수있나?싶을정도로 도움을 받거나 자전거를 타는 여정이 같은사람과 만나 교류하기도한다. 사람만 여행길에 만나는게 아니다. 더이상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장소들과 폐허같은 건물 속 그 자리를 채운 생명체들이 모인 또다른 자연, 그 자체를 만난 이야기를 듣고있다보면 나와는 다른세상에 사는거같아 신기하기도하다. 자전거여행의 꿀팁이나 상세하고 섬세한 루트의 이야기 보다 저자가 자전거 여행을 하며 만난것들과 느낀것들 위주로 소개되고 작가 말대로 결말은 허망하고 어울리지 않게 끝난다. 그러나 그런 허망한 결말도, 포기하는것도 내가 선택한 용기이다. 탁 트인 풍경을 달리다 도시 속에 들어왔을때 그 복잡한 그림들이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는것 처럼 보였는데 우리는 그런 복잡한 곳에 사는만큼 생각이 많다. 고민, 걱정이 앞서서 스스로 할수있는 일도 하지 못한채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도 정말 제목 그대로 아무생각없이 페달을 밟으며 그동안 멈춰있었던 일들에 대해 다시한번 출발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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