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박혜란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의도적으로 피하는 장르가 '에세이'이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을 책으로 읽으면서 만나는것이 때론 부담스럽거나 나와는 다른 가치관에 대한 설파로 종종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나만 이렇게 사는게 아니라고 남들도 다 똑같이 하루하루 살아가는거라고 느끼고 싶을때 그 역할을 해주는것도 '에세이'장르이다.

저자 박혜란은 학창시절 드라마작가를 꿈꿨지만 현재 육아에 힘쓰고 있는 전업주부인 평범하고 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을수도 있을 그런 사람이다. 특별하지 않은 작가의 에세이인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는 그런 의미에서 더 특별하다.

책은 200페이지에 10개의 파트로 나눠져서 한 파트당 내용이 그렇게 길지않은데 책 초반부터 나오는 에피소드는 어쩜 저렇게 단호하고 똑부러지게 말하지? 하면서 말그대로 사이다 열댓병은 마시는 기분으로 시작한다. 살면서 한번쯤은 마주칠수도 있을 불쾌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낄 일들에 나도 저렇게 대처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아직 30쪽 밖에 읽지않았는데 벌써 이 저자의 '정신'이 너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각 파트는 개별의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작가의 동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을때, 어린시절 할머니에게 맡겨지고 엄마를 기다리던 시절, 본인의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본인이 결혼해서 육아에 전념할때와 자신이 뭘하고 싶은지 고민할때에 대한 주제로 작가는 자신이 겪는 일들과 행동에 대해 부정하거나 보기좋게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비교적 담담하게 서술한다. 오히려 그런 덤덤하고 짧게 맺은 문장들이 내 마음에 더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동안 숱한 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중심을 잡은 정신으로 올곧게 살아가려하고 독자들에게도 이것은 내가 겪은 일일뿐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에 나 역시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기준을 삼고 길을 가야겠다 생각이 들다가도 잠깐 방심해버리면 또 다시 남들가진만큼 가지려고하고 남들의 기준에 부합하려고 버둥대는 나의 처지에 슬퍼지는 요즘. 내 등을 토닥여주는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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