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불평등 기원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7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 / 책세상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중, 고등학교 시절 어렵지 않게 우리는 그의 이름을 교과서에서 듣곤 했다. 장 자크 루소. 그 진실된 내용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보다는 천부인권설 등의 단어를 외우기에 급급했던 지난 시절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를 민주주의의 아버지로 일컫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의 사상에는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혁신적이고도 혁명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디드로나 볼테르 등 루소와 사상적 교감을 나누었던 이들로부터도 말도 안 되는 거지 철학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우리 시대는 예전과는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진보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신분제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변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루소가 살았던 시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오늘날에는 자본의 소유 여부 혹은 소유 정도에 따른 또 다른 불평등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틀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불평등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루소의 본 책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1,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고 있다. 루소는 불평등을 신체적 불평등과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으로 나누었다. 그에 따르면 신체적 불평등은 나이, 건강, 체력 등에 있어서의 차이로 사회 안에서 용납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도덕적/정치적 불평등은 타인과의 상대적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타인의 손해에 기초해서 생겨나는 일종의 특권과도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신체,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이 그로 인하여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루소의 신체적 불평등 역시도 사회에서 용납되어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루소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간의 불평등에서는 논의 외적인 요소로 치부되고 있었다.

루소는 인간이 정신과 이성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풍부한 상상력에 기초해 서술하였다. 그 과정 속에서 루소는 인간은 점차적으로 자기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불평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보았다. 농업에 있어서 좀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종 농기구를 만들고, 자신의 것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화폐를 만드는 과정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의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은 루소가 보았듯이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일정정도 한계를 지니고 있는 듯 했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가 고대 그리스에 비해 국가의 규모가 커진 당시 사회에 적용될 수 없으리라고 본 것은 탁월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모든 국민들에게 중요한 법률에 대한 결정권이 주어진 것이 아테네의 멸망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스파르타의 제도를 이상적인 제도로 칭송하고 있는 듯 했는데 이 점에 있어서는 약간 의아했다.) 대신, 그는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지혜로운 행정관들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 그 국가가 멸망치 않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행정관들에게 위임된 국민의 권한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는 아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아들의 주인일 수 있으나, 그 기간이 지난 후 아버지와 아들은 평등해진다고 보았다. 즉,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할 수는 있으나 일방적으로 복종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는 오늘날 아동을 개별적인 주체로 인식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국가 권력, 즉 행정관이 국민들에게 절대적이지 아니하다는 것을 주지시키기에는 충분한 설명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오늘날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이들이 진정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거에 출마한 이들 중 국민 개개인의 마음에 드는 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우리는 선거를 포기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무효표를 던져야 하는가? 이는 선거가 지닌 하나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만약 루소가 오늘날의 정치를 본다면, 계속적으로 가중되는 불평등의 참혹함을 두고 그는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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