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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0월
평점 :
내가 당신을 사랑하듯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죽음이 아니고서는 우릴 갈라놓지 못하리.(263p)
'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 '는 여태까지의 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앤이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앤이 태어나고 우리가 알고있는 초록 지붕 집으로 오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잔잔하면서도 여운있는 이야기에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된 이유였다. 그리고 만나게 된 빨간 머리 앤.
사실 빨강머리 앤이 어렸을 적에를 읽게 된 이유가, 그리고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를 읽게 된 이유는 조금 불순했다. 인디고의 고전 스리즈를 모으려 했던 이유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스리즈는 모으고 싶은 데 책을 읽지 않은 채 모아 두기만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읽을 거면 조금 깊이 읽어보자 해서 앞서 이야기한 책을 먼저 읽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본 책을 읽게 된건 앞 권을 읽고 오개월이 지난 팔월 어느날.
일러스트가 정말 인상적인 책인 인디고 고전스리즈. 책만 읽으면 되지만 일러스트가 함께여서 조금 더 감상에 젖으며 읽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를 통해 앤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앤의 동네를 상상해 볼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
어렸을 적에도 말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앤. 그 아이의 모습이 책 한 권 전부에 녹아있었다. 여태 왜 고전을 멀리했는지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대화 내용과 생각하는 내용들이 전혀 어린이 같지 않은 성숙함을 지닌 앤.
" 나 또한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겠소, 다이애나. 그대와의 추억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읽은 이야기처럼, 내 고독한 인생에 별처럼 환히 빛날 것이오.
다이애나, 이별의 정표로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그대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내게 조금 주겠소? "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듯한 대화. 앤이 다이애나를 집에 초대하고 실수로 술을 주어 다이애나의 엄마가 화를 내 두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자 그 둘은 헤어지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맹세를 나눈다. 앤의 성숙한 말투에 입이 벌어지는 부분이였고, 둘의 풋풋하지만 진지한 우정에 감동한 내용이였다.
" 내 사랑하는 친구여, 안녕히. 이제 우리는 곁에 있으면서도 이방인처럼 살아야 하오. 하지만 마음만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오. "
전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그저 쓸모없는 가지를 잘라 내고 새 가지를 뻗었을 뿐이에요.
초록 지붕 집에 있는 진짜 제 모습은 한결같아요. 제가 어디를 가든 겉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요.
마음속엔 항상 어린 앤이 있어서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슈 아저씨와 정겨운 초록 지붕 집을 날마다 더욱더 사랑할 거예요.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야하는 마릴라 아주머니를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초록 지붕 집으로 돌아오길 결심하는 앤. 그리고 그런 앤을 위해 교사 자리를 포기하는 길버트. 사실 빨간 머리 앤을 떠올리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길버트와 앤의 사랑이야기인데, 나는 길버트와 결혼 해서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이 이 책의 결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결말은 아주 짧은 부분에서 끝이 났고 열린 결말을 지향하는 느낌의 결말은 나에게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뒤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앤 스리즈를 따로 구입해 읽어야 하는 걸까? 아쉬운 결말이지만 앤과 앤을 아는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느껴진 고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