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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ㅣ 암실문고
마리아 투마킨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질문은 타인과 친밀해질수록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힘들었던 경험에서 왔었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무수한 질문이 생겨났다.
이 책은 사회에서 숨기고 감추려고 하는 사건을 겪은(자살 생존자, 유가족들, 마약 중독자, 홈 리스, 나치 집단 수용소 생존자, 가정 폭력 피해자 등)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서술하며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했다. 이 대화 속에서는 희망보다는 고통이, 아픔이, 사건의 어두움이 있으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에게는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그들의 내면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개개인의 경험은 그들의 환경과 성격과 관계 등으로 결코 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느끼고 있는 바는 같지 않다. 이 점은 사회에서 뭉뚱그려서 하나로 묶어 취급하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세간의 선입견이나 통념이 잘못되었음을 알려 준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서술 방식이 독특해서 당황스러웠다. 한 사람과의 대화가 끝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식이 아니라 글 중간중간에 산발적으로 여러 명의 대화가 삽입되어 있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저자의 생각을 좀 더 강화하는 효과를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 술술 읽힌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사람들이 보여준 세상을 맛보고 저자의 생각을 듣고, 나의 식대로 이해하고. 그래서 아픔이 아픔으로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았다.
저자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감히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고 알게 된 지금, 그럼에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태도를 잊지 않으려 한다.
※ 이 책을 읽을 때는 누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을 해 두어야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사람이 후반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잊으려 애쓴다고 정말로 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와 달리 학교의 제도적 기억 속에는 자살을 위한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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