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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지도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6년 8월
평점 :
『이상한 집』과 『이상한 그림』을 따라 읽어 온 우케쓰의 팬이라면 이번 신작 역시 기다렸을 것이다. 『이상한 집』에는 집의 평면도가, 『이상한 그림』에는 기묘한 그림들이 중요한 단서로 등장했다면, 이번 『이상한 지도』에서는 제목 그대로 ‘지도’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책 곳곳에는 지도와 표식, 메모를 비롯한 다양한 그림이 등장한다. 특히 이 책에서 지도는 단순히 내용을 보충하는 삽화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야기 속 단서와 연결하다 보면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장소와 표시가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이야기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 역시 직접 지도를 살피며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간혹 소설에 그림이나 사진이 많이 들어가면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시각 자료가 몰입을 돕는다. 글로만 설명했다면 머릿속에 그리기 어려웠을 지형과 공간의 관계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한 번 지나쳤던 지도를 다시 펼쳐 보며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작가가 보여 주는 것과 감추는 것을 따라가며 퍼즐을 하나씩 맞추는 듯한 독서 경험이었다.
이야기는 취업 준비생 구리하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말주변이 없어 면접에서 번번이 어려움을 겪던 그는 어느 날 여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전할 이야기가 있으니 본가로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가 꺼낸 이야기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집에 관한 것이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외할머니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던 구리하라는 그 집에 특별한 애착도 없었기에 처분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집을 정리하기 전에 한 번 가 보고 싶다고 말하고, 아버지와 함께 외할머니가 살았던 곳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구리하라는 기묘한 지도를 발견한다. 처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에 불과했던 지도에는 이상한 표식과 단서가 숨어 있었고, 그는 점차 그 지도에 담긴 의미와 외할머니의 죽음 사이에 무언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한 장의 지도에서 시작된 의문은 외할머니가 남긴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뻗어 나간다.
책을 펼친 뒤에는 거의 막힘없이 마지막까지 읽었다. 추리소설이나 괴담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상상하는 재미가 크지만, 지형이나 건물의 구조가 복잡하게 등장하면 설명을 따라가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상한 지도』는 그런 부분을 시각 자료로 보완하면서도 정답을 바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독자가 직접 지도 위의 길을 따라가고, 앞에서 본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의미를 추측하게 만든다.
특히 처음 보았을 때는 대수롭지 않았던 정보가 뒤에서 새로운 사실과 연결되는 순간이 재미있었다. ‘왜 이런 지도를 그렸을까?’, ‘이 표시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 자연스럽게 의심하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만들어 놓은 미스터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지도 한 장이 이야기를 설명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는 점도 우케쓰 작품다운 매력이었다.
『이상한 집』과 『이상한 그림』을 모두 읽을 만큼 작가의 독특한 이야기 방식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도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는 이미지 속에서 이상한 점 하나를 찾아내고, 그 작은 의문을 점점 커다란 비밀로 확장하는 방식은 여전히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상한 지도』는 단순히 ‘지도가 들어 있는 추리소설’이 아니었다. 독자가 지도를 직접 읽고 해석하는 과정 자체가 추리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기보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지도 위를 직접 걸으며 사건을 따라간 듯한 기분이 남았다.
전작의 평면도와 그림을 들여다보며 숨겨진 단서를 찾는 재미를 좋아했다면, 이번에는 한 장의 지도에서 시작된 기묘한 미스터리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