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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마셔: 어나더 라운드 ㅣ 밤은 부드러워, 마셔
한은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평점 :
술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다양할 줄이야.
술은 왁자지껄한 가게에서 즐거운 기분을 증폭 시켜주기도 하고, 어둑해진 바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고독을 즐기기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간은 언제부터 술을 즐기기 시작했을까? 술은 수많은 관계에서, 때로는 혼자 마시는 순간에 다양한 역할을 대신 했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즐겼던 음식, 영화, 여행지, 글에 술이 곁들어진 에세이다. 단순히 감상이나 일상의 경험만 남겼다면 술의 다양한 모습을 담지 못했을텐데, 이 책에서는 술이 어떤 때는 주인공이 되었다가, 또 어떤 때는 조연이 되거나 배경의 한 부분이 되어 술이 지닌 색깔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본 적 없는 영화가, 읽은 적 없는 글이, 가 본 적 없는 여행이 이렇게 흥미롭고 유익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바에서 옆자리에 우연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늑한 방에서 자리에 아무렇게나 앉아 술을 홀짝이며 이야기를 듣는 듯한 상상을 했다. 가깝지만 어딘가 거리가 있는 이야기. 타인의 멋진 취향을 엿보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알아가는 것처럼 느껴져 묘하게 친밀하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껏 그 점이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조금 아쉬웠다. 책에서 소개하는 술의 향과 맛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전까지 '술이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있었다면, 이제 그것은 바뀌었다. 적어도 저자에게는 술이 취향과 저자의 세계를 더 넓혀 주었다. 전작 <밤은 부드러워, 마셔> 도 물론 좋았지만, 이번 책은 음식과 영화, 글, 계절과 함께 술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