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의 시대 - 진단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수잰 오설리번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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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기술과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과거보다 덜 병들게 되었다. 예전에는 고칠 수 없었던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었고, 미리 예방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발전은 과연 우리에게 좋은 면만 있을까?


이 책은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며 경험한 진단의 여러 관점을 이야기한다. 헌팅턴병, 라임병, 자폐, 암, 유전 변이 등 익숙하지 않은 병부터 이제는 흔히 들리는 병까지,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를 통해 과잉진단과 실제 효과적인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한다. 질병의 정의를 점점 더 확장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정말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걸까?

'의사가 쓴 글은 어렵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잠시, 수많은 환자를 대면하고 상담하는 일을 해온 저자의 글은 매우 잘 읽힌다. 임상 현장에 있는 의사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라 더 생생하고 실감 났다. 현재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한편,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우려 섞인 지향점을 제시한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마치 헌팅턴병, 라임병, 신경다양성, 다양한 증후군을 가진 환자가 되어 진단 받는 입장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말하는 문제점을 체감하게 된다. 과잉진단의 시대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매우 제한적이다. 기껏해야 여러 의사를 만나고,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발달된 기술 아래에서 우리는 병든 환자가 되어 갈 것이다. 세세하게 병증을 규명할수록 정작 건강에서 멀어진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어떻게 좋은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
저자의 주전공은 신경과이기 때문에 정신과에서 다루는 우울증, adhd, 자폐스펙트럼 장애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저자의 관점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지만, 하나의 병을 다양한 전공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

병이 걱정되어 미리 검사하는 것(건강검진, 출생 전 검사 등)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출생 전 검사가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관점이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왠지 우생학, 영화 가타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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