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쓰, 웁쓰 - 비움을 시작합니다
미깡 외 지음 / 에피케 / 2025년 8월
평점 :
쓰레기 중에서 가장 버리기 꺼려지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닐까. 시간이 지나며 각기 다른 음식물들은 하나가 되어 냄새를 내뿜고 금세 축축해진다. 먹을 때만 해도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은데, 먹고 난 뒤에 남은 쓰레기들은 왜 기피 대상 1순위가 되는지. 코를 막고 쓰레기를 버리며, 어딘가 닮아있다는 생각했다.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한순간이 되어 날아가 버리고, 싫어하고 우울하고 기분 나쁜 것들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음식물 쓰레기(음쓰)는 내 감정과도 닮아 있었다. 1인가구에게 음식물 쓰레기 봉지가 가득 차기까지 꽤 시간이 걸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묵혀 두게 된다. 감정도 이처럼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묵히고 묵혀 최초의 모습을 생각할 수 없어질 때 냄새처럼 터지고 만다.
이 책은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엮었다.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다양한 생활을 엿보고 음식물 쓰레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버리는지, 감각 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지난주에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만 생각하면 음식을 즐기기 어렵고 먹는 것만 생각하면 순간의 즐거움과 긴 쓰레기와의 사투를 견뎌야 한다.(<지금, 분쇄 중입니다>) 적절한 채움과 비움을 통해 먹는 것을 감각 할 줄 알아야 한다.(<정서적 비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음식은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니듯이 어떻게 먹고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즐길 것인가. 비단 음식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감정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떻게 남김없이 감정을 소비할 수 있을까. 하나, 하나 살뜰히 아끼는 저자를 보며(<음식을 대하는 자세> 나의 감정을 소중히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