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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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짧지만 강렬한 책을 읽고 싶은 분
✔️ 치열한 감정서사를 느끼고 싶은 분

이 책은 교통사고를 둘러싼 피해자의 어머니 혜정과 차 사고를 낸 가해자 균탁의 이야기이다.
혜정은 행복복지센터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노인을 상대로 일을 한다. 그러다가 딸 연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거기서 마주하게 된 현실에 혜정은 지옥을 경험한다. 혜정의 생활은 연희의 죽음과 오갈 때 없는 분노로 무너져 가기 시작한다.
균탁은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무언가 튀어나와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고 버스정류장을 들이받는다. 그곳에 여학생이 있었다는 사실과 피범벅이 된 현장을 보고 균탁의 지옥은 시작된다. 자신이 사람을 죽었다는 죄책감과 함께 살고 있는 딸의 가족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

책의 판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앞과 뒤가 구분되지 않고 한쪽을 뒤집으면 상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 이 이야기를 물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흔히 사건, 사고 앞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입장에 몰입하고 동정하게 된다. 나는 혜정의 시점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쉽게 혜정이 되었다.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고 주변이 이해되지 않았다. 딸이 죽었는데 합의하자고 하는 남편과 누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자신의 아이. 오갈 때 없는 분노는 결국 흘러넘쳤고 주변을 다치게 했다. 하지만 마지막 혜정의 선택에 이해가 되면서도 새로운 지옥을 경험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상담을 받지 않았나, 피해자의 가족에게 장례와 법정 절차는 너무 냉혹하지 않나.
 
책을 뒤집어 균탁의 시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전혀 공감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작은 우연과 계기와 서사가 쌓여 만들어낸 사고라 안타깝게 만들었다. (물론 그의 잘못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딸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과 손자 돌보미를 맡게 된 것, 노인 혐오가 깃든 대중교통, 노인에게 어려운 택시 예약 등... 그가 핸들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쉽게 눈앞에 그려진다. 사고 이후 균탁은 자신이 사람을 죽였는데 편히 밥을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는데, 사죄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딸과 변호사는 법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공탁금 마련을 위해 어렵게 마련한 집을 팔아야 한다고 한다. 그가 더 이상 집에서 설 자리는 없다. 균탁의 마지막 선택은 계기와 서사들이 쌓여 사고를 만든 것처럼 지옥 같은 죄책감과 상황이 만들어 냈다. 균탁의 선택 또한 새로운 지옥을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그의 죄악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과 딸의 집과 혜정의 집을 흔들었다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보며 그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도덕적 질문과 인간 본성을 여실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가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이고, 어쩌면 이런 사고가 이미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

+
혜정의 남편과 균탁의 사위가 제일 이해 안 됨. 이 사람들 때문에 상황이 악화된 거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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