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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화자 호은은 21살 대학생으로 엄마 윤선과 아빠 헌영의 딸이다. 두 사람은 이혼했고 호은은 여러 집을 전전하다 엄마의 집에서 자라고 대학생이 되고 기숙사에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호은의 학교 앞에서 몇 년 전에 마지막으로 본 아빠와 재혼해서 낳은 딸 승지가 호은을 기다린다. 아빠는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윤선에게 승지를 맡긴다며 호은에게 승지를 떠넘기고 트럭을 타고 떠난다. 호은은 승지와 함께 윤선에게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윤선은 화를 내며 헌영의 집, 친구, 직장 등 그를 찾기 위해 셋이 함께 떠난다. 그렇지만 흔적만 있을 뿐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셋은 윤선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호은의 시점으로 바라본 윤선과 헌영의 관계, 본인과 세상의 관계, 승지와의 관계는 복잡하고 어지럽다. 아빠를 찾으러 떠난 짧은 여행은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여러 사람의 입으로, 눈으로 알 수 있었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운동권에 있었던 헌영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왔지만 지금 시대상으로 보면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은 아니다. 그래서 순수했던 윤선이 세속적이고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된다. 저마다의 색깔로 세상과 싸우며 인생의 굴곡을 흘려 보낸다. 호은의 눈으로 본 어른들은 복잡하면서 공허하고, 모순덩어리이다. 때론 상처를 주고 사랑을 일깨워 주는 방식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주는 듯하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사건은 인물을 납작하게 보게 한다. 하지만 사건 속 인물인 호은의 눈을 통해 본 인물들을 호은의 주관적인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엄마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윤선의 삶을 추측하고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온종일 일하고 끝끝내 자기만의 집을 가지게 된 엄마, 뒤늦게 마주하게 된 딸, 성실한 남자 친구, 전 남편이 떠넘기듯 보낸 아이. 호은의 눈으로 본 윤선의 삶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삶에서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누구나 자기만의 집을 찾으며 굴곡진 인생을 사는 게 아닐까+18년 만에 개정된 소설이라고 하는데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