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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 다 이룰 수 없는 어른의 인생을 위한 수용전념 심리학
이두형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10월
평점 :
편안한 삶, 행복한 삶은 흠결 없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내 인생에 불청객(누군가의 쓴소리, 무언가의 트라우마)이 찾아오면 이것을 없애야 한다고,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나를 채찍질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새로운 강박에 밀어 넣는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의 삶은 무한한 변수와 함께 흘러가고 있어 불청객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이 불청객을 없애는 것이 아닌 받아드리고 무감해지자, 말한다.
이 책은 수용, 전념에 이야기하며 매 장에서 고민을 다룬다. 수용 - 탈 융합 - 현재 - 맥락 - 전념 - 가치의 흐름에 따라 인생의 불청객에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무조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의 모순을 지적하고 현재를 좀 더 잘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을 알려준다.
나는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거나 두루뭉술한 도움을 주거나 무조건 괜찮다, 내 잘못이 아니다 등 다양한 책을 읽어왔는데 매 순간 찾아오는 나쁜 기억, 트라우마를 이겨낼 순 없었다. 없애 보려고 해보고, 애써 다른 기억으로 덮으려고도 해보고, 상담을 받아보며 정면승부를 해 보았지만, 불쑥불쑥 나타나는 뿌리 깊은 트라우마는 나를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이미 일어난 과거를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바꾸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손 쓸 수 없는, 일어나 버린 것들을 수용하되 현재를 괴롭히지 말자. 그 기억들이 나를 좌지우지하게 하지 말자는 것이 주된 이야기라 현재의 나를 더 이상 과거에 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현재에서 현재와 미래를 내가 바라는 형식으로 그려나갈 수 있게 한다. 활자로만 읽었을 때는 그게 말만 쉽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수용전념치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용적으로 나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함께 생각하고 조언한다.
마음을 새로 먹는다고 해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나쁜 기억을 잊었다고 해서 나쁜 일이 있었던 사실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변하지 않는 과거를 이고 계속해서 삶을 살아간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기 위해 우리는 나쁜 것을 수용하고 함께 사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